학교폭력 심의건수 및 피해학생 처분현황(2007∼2009년)이 나왔다. 국회자료다.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전국 초중고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총 8천813건이다. 2007년보다 369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1천985건, 서울 1천860건, 부산 877건, 광주 628건, 대구 495건, 인천 449건, 경남 397건, 전남 353건, 전북 344건, 경북 276건, 대전 262건, 충북 238건, 강원 196건, 충남 180건, 울산 192건, 제주 81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은 총 6천198건(70.3%)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2007년에 비해 약 20%정도 증가한 수치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초등학생들의 폭력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제는 학교폭력이 특정 학령기의 문제가 아닌 전체 학생들의 문제라는 것이 입증됐다. 원인은 다양하다.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여기에 학교의 대형화, 즉 메가스쿨(mega-school)도 무관치 않다. '메가스쿨화'는 필자의 진단이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일차적인 대응은 인성교육이다. 이를 통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로써 폭력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한편 인권 감수성도 높여야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인성교육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과 밀착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부장적 질서의 강조만을 인성교육의 전부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경험이 그랬듯, 아이들은 교사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자신의 고민과 내면을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경우도 많다. 과거 필자 자신도 그랬다. 이런 부분들을 교사가 선제적으로 살펴야 한다. 교사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서야 할 이유다.

#아이들의 내면에 집중해야

아이들을 집단 이데올로기 속에서 보지 않고 개인으로 보면 문제가 보인다. 누가 속으로 곪아 가는지, 누가 힘들어하는지, 누가 아이들을 괴롭히는지 살필 수 있다. 좀 세심한 눈으로 아이들의 내면에 집중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은 폭력이 내면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 체벌중심의 외적 지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식의 지도는 폭력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이런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그대로다. 스포츠계 내부의 폭력이나 군대의 폭력이 하급자들에게 대물림 되는 것은 이런 일면을 반영한 것이다. 폭력에 대한 무감각을 키우는 탓이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문제 아이들은 일면 마음의 환자들이다. 마음의 상처가 폭력이란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내면을 살피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다. 아이들이 이를 느끼는 순간 변화되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교류해야 한다는 것,

#소통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노희경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중에 나오는 말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소통이라면, 소통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한병선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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