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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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역사학자 E. H. Carrr(Edward Hallett Carr, 1892~1982)가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을 때, 우리에게 주는 그의 방점은 현재에 있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단지 과거 사실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우기 위한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상호과정을 통하여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데 있다는 그의 논지에 의하면, 역사는 역사학자에게는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과거를 통하여 현재를 보다 깊게 통찰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알기 위한 것이다.

공사현장소장과 장사꾼에게는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 어제 일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현장소장과 장사꾼에게는 공사를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을까, 물건을 얼마나 빨리 팔 수 있을까, 공사를 끝내거나 물건을 팔면 얼마나 이익이 남을까만 관심이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보다 빨리, 보다 많이 라는 점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흡사 북한의 속도전 같이 전개되고 있다. 어제는 예산편성하고, 오늘은 기공식을 하고, 내일은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시작도 하기 전에 건설업자에게는 언제까지 몇 퍼센트의 공정을 마치겠다는 확약을 해달라고 독촉하고, 담당행정부서는 하천 바닥을 파고 둑을 쌓는 간단한 공사이므로 이렇게 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기를 부린다.
모두들 현장소장과 장사꾼의 독촉에 이리저리 내달리는 인부와 점원들 같고, 한 나라가 마치 거대한 공사판 같고 땡처리 물건 파는 노점판 같다.

과연 지금의 정부가 과거 정부의 시화호, 금강산댐, 새만금 문제 등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과거 개발과 반공의 구호 하에 시행된 이러한 우매한 사업들이 현재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피해를 주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먼 과거로 갈 필요가 없다. 현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세종시 정책이 잘못된 정책임을 공공연히 선포하고 이를 폐기처분하려고 하려다가 충청민심 이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그들은 국민적 합의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곤란에 처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못된 아들놈이 부모 탓하듯 과거로부터 배우려 하지는 않고 이전 정부 탓만 하는 꼴이고, 그만큼 졸속으로 치닫는 4대강 사업에 누워 침을 뱉는 형국이다.
이들이 과거로부터 배운 것은 오직, 국민적 합의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는 못된 버릇뿐인 듯싶다.

현재의 통찰만을 위하여 과거를 배울까? Carr는 현재는 과거와의 연속성을 통해 파악되고 미래는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발전한다고 한다.
역사는 과거를 통한 현재의 이해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그것은 다시 미래를 기획하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시시껄렁한 대화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배운 역사가 내일 다음세대에게 밑거름이 될 수도 있고, 죄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Carr가 말하듯, 이 정부의 현재가 내일 세대에게 밑거름이 될지, 죄악이 될지는 이 정부가 이전 정부의 과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미래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빨리 그들 자신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다.

/ 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choiyh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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