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방'이라는 어휘는 '중앙'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리하여 중심과 변방이라는 이항대립개념에 치우치기 보다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의미가 중요하다면 '지방'보다는 '지역'이라는 용어가 합당할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외감, 심리적 박탈감에서 나오는 반발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적 단위로서의 지역사회는 자연, 인문적 환경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고유한 삶의 방식과 생활특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역문화'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지역교류'의 당위성이 제기된다. 다른 지역에 뒤지지 않고 앞서가는 삶의 수준을 확보려면 각 지역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하다. 지역뿐이랴. 지자체, 기업, 대학 등 모든 구성체들의 치열한 각축은 이미 시작되었다. 문화교류와 사업, 상호연대로 각 지역사회가 가진 자연적, 사회적, 인적 자원등을 결집하고 확장하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열된다.

일찍부터 도시 발달과정을 통하여 선진화를 이룩한 유럽의 도시역사는 우리에게 특히 '도시연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이것은 아직도 굳건한 중앙통제아래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행정적 연계여서는 안된다.

중앙집권적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간 자발적 연결과 교류인데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행정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어떠한 특정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의존, 보완형태를 가질 수도 있겠다.

지역 문화사업이 산업, 경제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하여는 개별 사업자체만으로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지역사회 여러 자원을 결집하고 인근 도시와의 열린 교류를 통한 상생의 사고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여건에서 볼 때 충북의 많은 지역을 관통하는 중부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지금까지 단지 도시를 연결하는 충실한 도로기능에 그쳤다. 고속도로라는 대단히 쓸모있는 사회 인프라, 연결고리를 매개로 각 시, 군이 문화적으로 연계한다면 유무형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남, 이천, 음성, 진천, 청원, 청주를 거치는 중부고속도로를 대전을 경유하여 진주에 이르는 대진고속국도에 연결시킨다면 금산, 무주, 함양, 거창, 사천, 통영을 꿰뚫는 국가 기간 대동맥망이 그려진다.

그 한복판에 자리잡은 청주, 충북이 중심역할을 맡아 우리나라 국토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축으로 하는 문화연계라는 미래지향적인 지역도시간 문화교류의 필요성과 실익을 궁리해 본다.

고속도로망이 나날이 확충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성과 개성적인 문화전통을 포괄하는 중부, 대진고속도로의 문화벨트화는 이제 새로운 도시문화교류의 당위성을 상징한다. 같은 충북권이라 하더라도 머나먼 거리감에 실려 공감대 형성이 힘들었지만 수도권-청주-대전-통영, 진주간이 이제 4시간 미만의 일일 생활권역으로 좁혀지면서 이미 유통, 경제면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에서 효용성 없는 문화축제를 대폭 정비한다지만 다행히 중부-대진 고속도로 권역에서 개최되는 크고작은 문화축제는 경제효과나 내실 측면에서 일정 수준에 올라있다.

상호참여와 지원, 문화예술행사 공동개최와 운영, 중부-대진고속국도 권역 문화시설­구조물 건립활용, 문화수익사업 공동투자운영, 지역권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소비촉진같은 문화경제사업은 그 자체가 완결된 목표가 아니다. 지역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민들의 삶을 가시적, 구체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대승적이면서도 실물감있는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아직도 강건하게, 오만하게 군림하려는 중앙집중구조의 무익성과 폐해를 소명해주는 유용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중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충북 시, 군이 모여 문화교류, 문화경제를 도모하려는 첫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