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세모가 되면 한해를 돌아보면서 고맙고 감사한 것과 미안하고 고쳐야할 것, 그리고 많이 베풀지 못해 송구스런 마음을 반성하며 새해맞이를 한다.

2009년 기축 년은 황소처럼 느긋하게 걸어왔지만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기쁜 일 보다 슬픈 일이 훨씬 더 많았던 불균형의 해였다. 피겨 퀸 김연아의 국제대회 쾌거와 월드컵 본선진출의 스포츠 분야 외에는 국민들을 즐겁게 해준 일이 별로 없었다.

우리들의 가슴에 사랑의 실천을 깊이 심어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불후의 가르침이 되고 있으나, 차별화된 실천의지로 역경을 이겨냈던 대통령들의 서거는 듣기 민망한 화제만 남겨 놓아 씁쓸하기만 하다.
온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나로호 발사체의 공중 실종은 절반의 성공이라 자위를 해보지만, 정치인들과 이해관계자들만의 관심을 집중시킨 4대강 개발공사와 세종시 건설 추진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에는 함량미달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출현과 함께 연중 지루하게 이어진 경기침체, 용산 참사, 북한 수공작전의 피해물인 임진강 범람, 서해 교전, 나영이 사건 같은 부정적인 일들도 우리 마음을 매우 슬프고 안타깝게 했다.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으로 일 년 내내 씨름했으면서도 마련된 대책은 국민의 호응을 못 얻고, 매년마다 개선되는 갈팡질팡의 대학입시 방안도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데만 한몫을 했다.

연예인들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악성댓글, 유행이라면 목숨도 버리는 청소년 자살 율 세계 1위, 사교육비 부담과 커리어 우먼에 밀려 바닥까지 떨어진 저 출산 세계 2위, 세계적 모델이 되고 있는 만능의 불법 시위 등이 사회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정의와 인권과 민주와 자유를 편리한대로 적용하고 있어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게 흔들어 청소년들의 의식 기반도 허물어 놨다.

2010 경인 새해에는 호랑이의 기상으로 부디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 다 떨쳐버리고, 연아의 소식들이 흘러넘쳐 생동과 희망과 의욕으로 가득 찬 한해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국민들에게 왕성한 생기를 불어 넣어주도록 경제를 살려내고, 선거가 실시되는 6월에는 정말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치러져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당리당략에 집착해 국민들을 볼모로 하는 선량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참으로 어리석은 국민 우롱행위에는 이제 종지부를 찍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본받아 바르고 올곧게 살아가도록 거짓말 좀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이들의 눈가림식 사탕발림에 속지 말고, 국민을 존중할 줄 몰라 국격을 떨어뜨리며, 유권자를 기만하는 무식하고 무책임하며 기준미달의 이기적 시위만능 범법 사기꾼들에게는 깨끗한 표를 절대로 던지지 말아야겠다.

사공이 그르다고 배가 산으로 가겠는가. 한번 정한 것은 기본대로 추진하면서 필요하면 고치고 보수하며 다듬고 북돋우며 가꾸면 백년이고 천년이고 전통 살려 튼튼하게 이어질 것이다.

내년을 "사교육비 경감 원년"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이 부디 그동안의 수많은 '원년'처럼 전략적 구호나 일회성 내지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길 갈망한다.

교육 백년을 보장하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신하고 있는 공교육을 살려야 된다는데, 공교육 종사자들 제발 책임감 좀 느끼고 절명위기 공교육의 구원투수가 돼주길 합장으로 열망한다.

온 인류가 희망하는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양보하며,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배려와 포용의 사회를 만들어 감사하고 베푸는 새해가 되길 기대한다. 100년 전인 1910년에는 경술국치라며 통탄했던 한일합병 조약 체결이 있었는데, 오늘을 지나 100년 후인 2110년의 우리나라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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