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는 영화에 담긴 우리 삶을 간직하는 박물관이자 영화문화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장소다.”

이명세(위원장),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김지운 윤제균 류승완 정윤철 감독이 15일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들로 나섰다. 소격동에 마련한 처음의 터에서 임대 재계약을 하지 못해 낙원상가 건물로 이주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은 표류 중이다.

이들 감독에게 시네마테크란 어떤 곳일까.

박찬욱 감독은 “영화를 공부하던 때에 교과서에 실린 꼭 봐야하는 영화들을 볼 기회를 못 가진 채 감독이 됐고, 영화를 계속 만들다 보니 아시다시피 족보 없는 영화를 자꾸 만들게 됐다”면서 “영화를 배우고, 감독이 되려는 사람들이 더이상 그런 길을 밟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전용관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봉준호 감독은 “전셋집과 월셋집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다”며 “시네마테크가 보따리를 싸고, 몇 년 마다 옮겨 다니면서 번듯한 보금자리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인 것 같다”고 역설했다. “어쩌다가 없는 것 없는 서울이 이렇게 됐을까,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게 됐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 감독이 된 이후에도 이 곳(서울아트시네마)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게 영화 만드는 것 만큼 재미있었고, 나의 공부의 장이기도 하다”며 “일반 관객들도 1년 내내 여타 다른 국가들의 클래식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두 달 간 프랑스 파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프랑세즈에서 100편의 영화를 봤다”며 “정말 보잘 것 없는 영혼을 가졌던 사람이 좋은 영화를 통해 더 나빠지지 않은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고 웃겼다. “시네마테크는 내게 은총의 공간이고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의 공부방이었던 것 같다”는 고백이다.

류승완 감독은 “난 90년대 초반 야메 시네마테크 시절에 무분별한 불량 불법 복제 테이프를 봐왔다”고 고해성사했다. “내가 좋아하는 와일드 번치 영화를 비디오, DVD 온갖 걸로 30번 넘게 봤는데 프린트로 딱 보는 순간 내가 그동안 봤던 게 자료더라. 프린트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이었구나 놀라웠다.”

이명세 감독은 “내가 영화학교 다닐 때만 해도 시네마테크란 건 선생님을 통해 소문으로만 들었고, 시네마테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그런 비슷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염원이 있었다”며 “이 귀중한 보물창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알렸다.

이들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을 현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 기증했다. 박쥐(박찬욱), 마더(봉준호), 타짜(최동훈), 추격자(나홍진), 해운대(윤제균), 미쓰홍당무(이경미) 등이 비영리적 목적의 영상자료로 쓰인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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