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아침부터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옛날 처가살이하는 사위가 간다고 날 받은 날 가랑비가 와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것을 본 장모가 보기 싫은 사위를 보내기 위해 "가라고 가랑비 오네" 했더니 부엌에 있던 아내는 "있으라고 이슬비 오네" 라고 말렸다고 하지요.

K형!

혹시 어제 퇴임을 했는데도 여느 때처럼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습관적으로 넥타이를 매다가 머쓱한 표정을 짓지는 않으셨는지요?

누구보다도 직장생활을 충실히 하셨던 K형!

한 직장에서 38년 동안 정열을 다 바쳐 일했기에 퇴임식장에서 본 마지막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매직쇼 등 후배들이 만들어 준 각종 이벤트와 가슴 깊은 곳까지 촉촉이 적시는 송별사를 듣노라니 K형이 너무도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에서 K형은 직장 후배들의 귀감이자 좌표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퇴임식이 진행되는 강당도 형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제부터 제 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할 K형.

성공하는 사람들은 성공의 3요소인 솜씨, 마음씨, 말씨라는 3씨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솜씨는 평생 먹고 사는데 꼭 필요한 역량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솜씨를 갖추려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학습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마음씨는 친절하고, 상대를 배려하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세 번째, 말씨 또한 겸손하고 상대를 칭찬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성공 DNA를 골고루 갖추고 있기에 제2의 인생도 다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조찬 포럼에서 늘 얼굴을 뵐 수 있었던 형이 가진 학습 DNA는 젊은 사람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유별난 면이 있었습니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퇴임 또한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하다지만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습니다.

K형!

막 퇴임을 했으니 당분간은 신세진 분들을 만나 인사를 다니시느라 바쁘겠지요. 그러나 한적한 시간이 찾아들거든 독서삼매경에 흠뻑 빠졌다가 새로운 행보를 찾아 나서보세요.

개그맨 김제동은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고 했습니다.

공무원으로 퇴임한 이보규 교수는 용인대학교 겸임교수로 시작하여 강사업계에 뛰어들더니 지금은 나이가 69세임에도 불구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명강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문동신 군산시장은 농어촌공사 대표이사를 퇴임하자마자 곧바로 박사과정에 도전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자치단체장에 당선되어 72세의 나이에도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

조선소에서 정년퇴직한 한 분은 정년 퇴직자 8명과 함께 모기업의 협력업체인 선박 블록 소조립 업체를 설립하여 지금은 73세의 나이에도 8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어엿한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K형께서도 그동안 쌓은 경륜과 성공 DNA를 활용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면 틀림없이 멋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허름한 주막에서 저를 불러주는 여유와 낭만도 만끽했으면 합니다.

K형의 제 2인생을 위해 이제 건배할까요? Oll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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