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몰린 지역 전문건설업계- <1>외지업체에 잠식당하는 지역 건설시장

지역 전문건설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충북에만 전문건설업체 수가 1천851개에 달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공사는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공공부문 하도급도 외지업체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형 아파트업체들이 지역 주택시장을 장악하면서 하도급공사를 따낼 엄두도 못내고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마저 지역업체 활성화에는 비협조적이다. 벼랑끝에 몰린 전문건설업계의 현실을 알아본다. / 편집자

최근 충북 영동군은 큰 곤혹을 치렀다. 주로 전문건설업체가 해야할 공사인 소규모 하천정비공사 7건을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발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건설업계에선 고작 7천만원짜리에 불과한 작은공사까지 종합건설로 발주하면 전문건설업은 설 땅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또 올들어 처음으로 청주 성화2지구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전남 소재 호반건설은 지역건설업체로 부터 원성이 자자하다. 청주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지만 수십가지에 달하는 하도급 공정을 계약하면서 지역 전문건설업체는 철저히 외면하기로 소문나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전문건설업체는 안팎으로 샌드위치 신세다. 지방자치단체는 말로는 지역건설경기 활성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종합건설을 밀어주던가 아니면 지역건설업체의 공공및 민간부문 하도급 참여에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지에서 온 대형 건설업체들이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에게 하도급 공사를 나눠줄리 없다. 수도권, 호남, 경상도 업체를 데려와 공사를 하는 것이 충북지역 건설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수치가 말해준다. 코스카(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충북도내 민간및 공공부문에서 발주된 하도급 공사의 70%(3년평균)를 타지역에 소재한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했다.

2008년도의 예를 들면 총 7천139건에 1조5천515억원중 1천851개에 달하는 도내 업체가 가져간 공사는 건수가 3천357건(47%), 기성액이 5천107억원(33%)에 불과하다. 반면 타지역 건설업체는 건수는 3천782건(53%)로 많지 않지만 기성액은 1조408억원(67%)을 수주했다.

민간공사의 대표적인 사업인 아파트공사의 경우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가 더욱 저조해 최근 3년간 충북지역에서 추진된 아파트사업의 82%(3년평균)을 타지역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했다.

특히 청주시는 충북도내 지방자치단체중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가장 크게 외쳤지만 아파트시공과정에서 지역업체 참여비율을 보면 얼마나 헛구호에 그쳤는지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청주권에서 추진된 아파트사업의 86%가 외지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했기 때문이다.

이기간중 타시·도 업체가 371건(85%)에 1천884억원(82%)를 싹쓸이 할 동안 도내 업체는 65건(15%)에 404억원 정도만 힘들게 수주했다.

이민수 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은 "영동군처럼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업체를 외면하는데 서울이나 호남에서온 대형건설업체들이 지역건설업체에 공사를 주겠느냐"며 "전체 기성금액의 80%이상을 외지업체에서 가져가는 상황에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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