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경제부

설 명절을 맞아 침체됐던 지역경제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며칠째 비와 눈이 내리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단다. 대신 쇼핑환경이 비교적 편리한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몰이 인기다.

모처럼 '대목'을 기대했던 재래시장 상인들은 실망한 표정이다. 1년에 두번 있는 '명절 대목'마저 이번 설에는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번 설은 연휴가 짧은데다 궂은 날씨, 계속되는 경기침체, 대형마트와 SSM의 확대 등 악조건이 겹치고 겹쳤다.

청주육거리시장에서 만난 한 노상 상인은 "연휴는 짧고 비는 오고 대형마트는 계속 생기고… 올해는 더 어렵다" 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설 선물로 가장 많이 나가는 과일 경매를 앞두고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50대 중도매인은 "남들 다 잠잘 때 이렇게 일해도 비가 오니까 다들 편하다고 대형마트로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설 명절 대목으로 모처럼 웃어야 할 시장 상인들은 이처럼 울상이다. 시장이 물건이 더 싸고 더 신선하고 더 물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반면 대형마트는 웃고 있다. 연장근무에다 선물세트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하지만 '지역의 돈을 빨아들이는 하마'로 불리는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환원도는 낮다. 중앙물류유통센터 중심의 일괄 구매 관행으로 충북지역산품 비율이 저조하고, 본사 중심 경영전략으로 지역에서 걷어들인 수익은 서울로 직행한다. 실제 충북지역 시민단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청주시내 대형마트와 SSM의 충북지역산품 구매 비율은 30% 내외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콩나물, 두부 등 가격대가 낮고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점.

정작 필요한 것은, 당장의 쇼핑의 편리함보다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지역에 대한 애정.

우리 지역에 대한 작은 애정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환경을 만들고 시장 상인들의 시름을 줄일 수 있다.

/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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