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우리나라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의 15~24세와는 달리 '청년실업자'를 15~29세를 기준으로 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취업준비생을 구직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실업통계에서 빼낸다. 대부분 20대인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12월 기준 55만6000명으로 공식 청년실업자(32만4000명)의 1.7배에 이른다.

통계청 발표 시도별 청년실업률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충북지역의 실업률은 6.2%로 전국 평균 청년실업률 8.1%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고 충남의 8%, 대전광역시의 8.3%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과는 좀 더 큰 도시나 지역으로 젊은 구직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다소 씁쓸한 결과이다. 그나마 충북지역의 실업률은 2008년도의 7%대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된 결과를 보였기에 위안꺼리로 삼을 따름이다.

필자는 인크루트의 사외이사로 근무할 때부터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봐왔다.

대학 도서관은 1학년 때부터 취업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전공학과 공부보다 취업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데도 갈 곳이 없다. 소위 말하는 '스펙'을 높이고자 학비외의 많은 비용을 들이고서도 취업이 되지 않아 더 곤궁해지는 악순환이 구조적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미 지방대생의 취업문제의 심각성은 범정부, 범정치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부각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년, 여성의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인데 정부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등의 대형 이슈에 매몰돼 정책을 잘못 잡고 있다"는 비판론을 제기하며 쟁점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방대생 취업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회성 이벤트 위주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악습에 학교와 기업들이 안주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각 대학이나 기업, 정부의 해당 기관별로 취업박람회가 봇물처럼 줄을 잇지만 막상 취업박람회를 통해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이벤트에 그치는 면피성 대규모 취업행사를 개최하는 것보다 실제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전문적으로 상담해 줄 전문인력을 더 배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지방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지방대 외면을 줄이고 산학연계의 강도를 높여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과,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지방의 공공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차원의 노력이나 구조적인 해결노력을 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스스로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취업 준비를 미리부터 포기하고 있거나 니트족(일할 의지가 없는 젊은 층) 또는 프리터족(알바로 연명하는 젊은 층)으로 전락해 하루하루를 '어영부영' 소비하고 있는 젊은이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 두 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에는 '어영부영'이라는 제3의 길이 있다. 차라리 도전했다가 실패한다면 쓰라린 교훈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어영부영 사는 것은 이룰 수 있는 미래의 꿈마저 고스란히 부패시킨다는 점에서 정말 나쁜 것이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포기'란 김치를 담글 때나 쓰는 말이다. 과감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해 그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등, 개개인이 절실하게 노력하면 지방대생도 반드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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