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의과대학 '뇌 기간'행사

이번 주는 뇌주간이다.

뇌주간 행사는 청소년과 일반인에게 뇌과학의 중요성을 쉽게 알리기 위해 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57개국에서 매년 3월 셋째주에 동시에 진행되는 세계적인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부터 매년 뇌과학 관련 국내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으며, 청주를 비롯한 서울, 인천, 대전 등 13개 도시에서 열린다.

지난 13일 청주에서 열린 '청소년이 알고 싶은 뇌과학 이야기'는 충북대 의과대학 신경과학 교수들의 주관으로 올해 4회째를 맞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뇌과학을 알리는 이번 행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중학생을 대상으로 강연과 체험학습을 아우르는 과학캠프 형태로 열려 200여명의 학생들이 뇌과학에 흠뻑 빠져들었다.

# 고기만 생각하는 오봉구, 할머니 생각이 가득한 황백현, 서방 생각이 중심인 나현정. 청소년 인기 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인물들의 뇌의 구조다.

신동익 교수의 설명에 학생들의 폭소가 터졌다. "맞아, 맞아"

그럼 뇌는 어떻게 생겼나요? 뇌의 기능은 무엇인가요? 뇌는 왜 손상되나요? 뇌가 손상되면 어떻게 되나요? 신교수의 쉬운 설명에 학생들의 궁금증은 하나, 둘 풀렸다.

감각과 사고, 기억, 추리 등 정신작용과 운동명령을 내리는 대뇌, 안구운동과 홍체를 조절하는 중뇌, 체온과 대사조절을 하는 간뇌, 근육운동을 조절하고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소뇌, 내장의 기능조절과 반사 운동의 중추인 연수, 신경의 자극 전달 경로로 반사운동의 중추가 척수란다.

이렇게 중요한 뇌지만 피가 나는 뇌출혈, 뇌혈관이 굳는 뇌경색, 뇌를 감싸는 지주막하 출혈로 손상을 받는다. 뇌에도 암세포가 있어 뇌암이 걸리고, 뇌염, 기생충 감염이 될 수 있다. 돼지고기를 잘 구워먹지 않으면 기생충이 뇌로 들어갈 수 있다.

뇌가 위축되어 뇌사이의 공간이 넓어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레이건 대통령.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파킨슨 병은 중뇌 손상이 원인이다.

뇌가 손상되면 어떤 증상이 있을까.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이 이상하다. 말할 때 발음이 분명치않거나 말을 잘 못한다. 일어서거나 걸으려고 하면 자꾸 한쪽으로 넘어진다. 의식장애로 깨워도 깨어나지 못한다. 주위가 뱅뱅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갑자기 눈이 안보이거나 둘로 보인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 뇌과학을 알면 기억이 쏙쏙! 김형규 교수의 강의에 학생들은 자연스레 몰입했다. 바로 공부를 잘하는 비법(?)에 대한 설명이다.

기억을 잘 하려면 먼저 적극적 자세가 암호화(조직화)를 쉽게 한다. 즉, 적거나 체험하거나 열심히 공부할 수록 뇌에 그 정보가 쉽게 조직되어 인코딩된다. 둘째, 자극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강화가 쉽게 일어난다. 반복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반복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형성시킨다. 셋째, 기존의 관련된 정보가 이미 존재할 때 연합시키기 수월하다. 다양한 책을 보거나 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지식과 연합이 쉬워 기억이 잘된다. 넷째, 정보를 획득한 같은 장소, 같은 분위기 또는 획득할 때와 같은 실마리가 제공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회상할 수 있다. 긴장하면 기억이 잘 안된다. 수능볼때 청심환을 먹어 평소 진정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다. 끝으로 집중 학습보다는 일정 기간이 분리된 분산 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한번에 8시간 공부하는 것보다는 나눠 한시간씩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 교수의 말대로 학습습관을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

# "우리의 눈은 있는 세상을 그대로 볼까요"

가상세계에서 결투하는 애니매트릭스를 재미있게 본 뒤 손정우 교수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정답은 아니오다. 우리는 세상의 약 1/10을 못보고 사는데 이를 맹점이라고 한다.

손 교수와 함께 자료집의 그림을 따라 행보니 실제 왼쪽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린 맹점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놓는데, 이를 뇌가 담당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뇌는 우연히 생긴 진화의 결과로 동물과 인간이 제대로 운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즉, 세상을 정확히 찍어내는 카메라가 아니라 가장 그럴 듯하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기관이다.

이어진 체험학습에서 학생들은 기증받은 뇌를 직접 만져보고, 다른 동물들과의 뇌와 비교하고, 자신의 뇌파와 뇌혈류를 검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토끼 눈에 인공시각장치를 설치한 아이 로봇의 원리를 배우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미르 학생(청주일신여고 2)은 "평소 과학이 어렵다고 느껴졌는데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직접 뇌를 만져보니 신기하고, 생명에 대한 존귀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며 "토요일 오후 학원에 가지않고 이번 행사에 참여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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