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스님 천태종 사회부장

따뜻한 봄기운이 감도는 길상사 도량에는 밝고 맑은 향기로움이 가득하였다. 법정스님을 떠나보낸지 며칠 지난 뒤였지만 많은 선남선녀들이 길상사의 도량을 찾아 스님영전에 분향예배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스님께서 이 세상에 남기신 맑고 밝은 향기로움과 같이 길상사의 뜰에는 노랑 개나리가 꽃봉우리를 피우고 있었고 불어오는 봄바람 결에 딸랑딸랑 풍경소리가 뭇 중생들의 마음속에 깨달음의 소리로써 다가오는 것 같았다.

법정스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대법당에는 많은 시민과 불자들이 타오르는 한줄기 향불과 촛불을 바라보면서 엄숙하고도 조용한 모습으로 스님의 덕행을 기리며 추모했다.

김영한 불자의 간절한 요청으로 대원각을 시주로 받아들여 길상사라는 사찰로 용도를 바꾸어 회주스님으로 계시다가 지난 3월 11일 열반에 드신 법정스님의 영결식에 가보지 못한 관계로 스님이 주석하시던 도량을 찾았던 것이다. 내가 남의 재산을 시주받을 만큼 할 일도 없는데 하고 사양을 하시다가 김영한 보살님의 정성에 감응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 길상사를 만들었기에 그 어느 사찰보다도 경건하고 거룩함이 넘쳐났다.

맑고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는 지혜 정진 보시 인욕 선정 자비 등 선방과 시민 누구나가 몸과 마음이 불편하면 언제든지 조용히 명상기도를 드릴 수 있는 시민선방도 갖추어져 있었다.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셨던 스님이기에 열반에 드시면서 남기신 가르침대로 스님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에는 그 흔한 꽃 한 송이가 없었으며 추모하는 글귀 한줄 없이 너무나 간소했다.

일생동안 출가 납자로서 남을 위하여 청빈한 생활로 살아오셨기에 평소에 사용하시던 평상 위에 자신의 몸을 의지하고 관도, 수의도, 상여도 없이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한 뒤 저 먼 세상 부처님 세상으로 가셨다.

그 많은 사회단체의 자리나, 그 흔한 주지 한 번 하지 않았던 스님이지만 수많은 금구 성언의 법문을 대중들에게 남기시고 수십 종의 저서를 내어 놓으시면서 무소유의 실천자로 이 세상의 큰 등불이 되셨다.

맑고 향기로움을 이 세상에 몸소 보여 주시고 활활 타오르는 장작 불 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당신이 처음지어 수행하며 살았던 송광사 안에 있는 불일암 뒷산 자연 속으로 돌아가셨다.

스님의 수많은 말씀 중에 소납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친절과 예절이라는 말씀이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종교 시설이 크고 화려해도 그 어떤 절이 좋다고 해도 친절이 최고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떤 가르침이나 그 어떤 재물과 명예, 벼슬보다도 친절이 최고이기에 이를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이라고 하셨다. 친절한 말과 행동을 지키면 자연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타고난 자연의 진리인 예절을 갖추게 되어 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너무나 거룩하신 법문이었다.

그래서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게 되니 수 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애도하였던 것이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종교인, 사회운동가들처럼 5일장 정도만 거행하였다 해도 엄청난 사람들이 추모를 하였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이 세상의모든 법은 제행무상 시생멸법이라고 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조용히 떠나신 스님.

길상사 대법당에서 한 점 띠 없는 영정을 바라보면서 맑고 향기롭게 살다 가신 오늘 날 이 시대의 큰 스승이신 법정스님을 애도하면서 출가 수행자의 한 납자로서 분향예배 공양을 올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