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남 진천 이월초 교장

작년부터 국격(國格) 높이기라는 단어가 가끔 신문지상에 오를 때마다 참으로 반갑고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라 생각하며, 관심을 가져왔다.

이에 정부가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격 높이기의 최종목표를 성숙한 세계 일류국가로 정해 각 업무부처별로 추진 시행에 들어간다고 하니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기대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절체절명의 과제였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나 가정이 오직 경제성장에만 매달려 온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 기적처럼 압축 성장해 오늘의 세계 선진 20개국의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한 나라가 되었으며, 이제는 경제노하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그러나 경제부국이 되었다고 해서 선진국민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에 걸맞은 국민의식과 생활양식,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가 뒤따를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 여름방학을 맞아 둘째딸 내외가 있던 미국 LA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미국인들의 동네에서 직접 그들의 일상생활의 면면이나 의식수준을 접하며 솔직히 많은 부러움과 함께 우리의 일천한 기초질서 의식수준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할리우드의 야외음악당에서 공연하는 클래식 음악회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입장료는 단돈 1달러로 LA 필하모니에서 LA시민들을 위해 매년 마련하는 여름 이벤트로 세계의 유명한 음악가들을 초청해 연주하는 자리였다.

음악회를 가면서 의아한 점은 관객 수 천명이 몰리는 야간인데도 안내자도 없이 운전자들이 알아서 차례차례 차를 대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 갖추어진 야외용 에스컬레이터나 부대시설보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수의 장애자를 위한 배려로 작은 자동차가 항시 대기해 장애인이 오면 신속하게 산 정상의 좌석까지 태워다주는 것이었다.

휴식시간에는 모든 관객들이 준비해 간 간식을 꺼내 먹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자리 역시 휴식시간에 먹었던 찌꺼기나 종이껍데기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 천명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차례대로 걸어 나가는 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수준을 보면서 '질서는 편하고 즐겁고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 뿐인가. 낯모르는 외국인에게 친절한 미소와 늘 깨끗하게 정리된 동네 앞 길 등을 보면서, 그런 문화는 1~2년의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생활양식이 아니라 오랜동안 몸에 밴 생활 그 자체로 우리는 언제쯤이면 선진국민이 될 것인지 우울할 뿐 이었다.

아침마다 청주에서 진천으로 출근하다 보면 상시 정체구간에서 유리창 밖으로 몰래 담배꽁초를 버리고 달아나는 운전자들의 모습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게 된다. 그 시간대 출근하는 운전자들이라면 대부분 최고의 교육을 받은 공무원이나 회사원 일텐데 솔직히 안타깝다.

질서가 지켜지는 기본이 된 사회,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문화 기술 강국, 투명하고 경쟁력있는 선진 시스템, 세계와 함께하며 존경받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성숙한 세계 일류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이에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연계하여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사회운동을 펼쳐나간다면, 우리의 선진국민으로의 진입이 그렇게 요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앞만 보느라 무시해왔던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이며 정신적 가치인 '예의'를 되찾아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오명을 하루 빨리 벗어버리고, 동방의 아름답고 예의바른 대한민국 선진국민이 되는 날을 앞당기는 일에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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