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중 청원 남이초 교장

해군 초계함의 침몰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필자 역시 장성한 두 아들을 두었기에 같은 부모의 마음이 되어 실종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빕니다.

요즈음 교육계에도 슬픈 소식이 연이어 날아들고 있습니다. 평소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썩지 않은 부분이 교육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해 온 사람입니다. 때문에 교육계를 매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비분강개하여 곧바로 항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교육계의 주변이 하도 어수선하여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을 온통 흙탕물로 만들었다고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과거, 서울시청을 두고 복마전이라는 지적들이 많았습니다. 카이저수염으로 유명했던 첫 민선시장인 김상돈 시장이 서울시 청사의 뒷마당에서 가진 취임사에서 '서울시는 복마전'이라고 공언함으로써 시작된 복마전이라는 오명(汚名)은 한동안 서울시를 끈질기게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정부패 공무원을 구조 조정하는 등 시민을 위한 시정에 힘쓰는 동안 구시대를 연상시키는 '서울시는 복마전'이라는 별칭은 시나브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오명이, 술에 만취해 노상에서 하이힐을 가지고 다툰 두 명물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으로 옮겨 붙는가 싶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계가 통째로 썩은 것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즈음은 학부모들 보기가 부끄럽습니다. 지역 인사들 보기도 부끄럽습니다. 교육계는 결코 복마전이 아니라는 변명을 해야겠는데 각종 비리가 줄기를 잡아당기면 올망졸망 따라 나오는 감자새끼들처럼 한도 끝도 없이 터져 나와 연일 대서특필되기에 입을 열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복마전은 수호지(水滸誌)에서 나온 말입니다.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는 이를 숨기려는 사람들이 모인 음흉한 곳이라는 뜻으로 곧잘 인용됩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일등공신들이 모여 있는 교육계가 그런 복마전으로 지칭되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스럽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교육 현장에서 제자 양성에 온 정성을 다하고 있는 교육자들은 지금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잘못을 빌미로 선량한 다수의 교육자들까지 한꺼번에 싸잡아 매도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것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려 봅니다. 무조건 돌팔매만 던지지 말고 교육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회와 언론이 그렇게 흔들어대는데도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묵묵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신성한 교단이 문외한들에 의해 매도를 당하며 자존심이 그럴 수 없이 상처를 입는 와중에도, 나서는 사공이 너무도 많아 교육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는 와중에도, 말없이 자신의 맡은 바 직분을 다하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신념으로 흔들림 없이 생활하는 게 진정한 교육자들인 것입니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사회 정화 운동은 페널티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더 좋은 방안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재산 등록이나 공모 교장제와 같은 졸속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보다는 따뜻한 관심이 꼭 필요한 지금입니다.

참담한 심경으로 얼마 전 타계하신 법정 스님의 글 '무소유' 중 일부를 다시금 읽으며 쓴 입맛을 다셔봅니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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