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최근 핀란드 출장길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한국에는 있지만 핀란드에는 없으며, 한국에는 없지만 핀란드에 있는 그 무엇 때문에 핀란드가 복지국가, 교육강국, 디자인도시 등 경쟁력 높은 나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핀란드에는 담장, 1회용 컵, 러브호텔, 거지, 사교육, 도시의 간판이 없다. 연금제도를 비롯해 복지시스템이 잘 돼 있으니 도둑이 없고 굳이 담장을 설치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든 식당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커피 자판기를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맑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

한국의 어느 도시든, 발 닿는 곳마다 만날 수 있는 러브호텔 역시 구경할 수 없고 도시의 건물마다 돌출 간판이 없는데다 그나마 있는 간판 역시 예쁘게 만들었으며 정보전달에 충실하고 있다. 또 임신을 하면 정기검진과 유아용품을 무료로 지원하고 초등학교부터 초등학교 입학후 9년간 필기시험이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아이들의 창의교육과 미래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학교마다 과학, 디자인, 공작 및 재활용, 체육 등 예체능 분야를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한국에는 없지만 핀란드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양성평등과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타협과 사회통합, 효율화와 경쟁력, 투명성과 체계화된 사회교육, 스토리와 자긍심 등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실현했다. 여성 의회의장, 여성 대통령, 여성 총리를 배출했고 성별할당제를 도입할 정도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으며 사회참여 역시 남성 못지않다. 핀란드의회는 입법권, 예산권 외에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비전제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지방 정부는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환경, 기업활동, 고용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함께 근로자, 기업, 정부의 3자주의를 확립하고 이념보다 사회통합을 중시함으로써 핀란드가 세계적인 선진복지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또 투명한 행정과 공공성, 광범위한 지방자치, 임무가 명확한 경찰과 사법기관의 구성, 언론과 표현의 자유, 서민주택·학생주택·서비스주택 등 차별화된 주택 및 보건의료제도, 평생을 책임지는 사회복지 시스템과 평생학습 프로그램, 탁아 및 양육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이야기와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정신도 외면하면 안된다. 산타클로스, 노키아, 자작나무 등은 세계인들에게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현주소는 어떤가. 높은 자살률, 청년실업, 과도한 사교육, 고령화와 여성복지에 대한 준비 미흡, 지방자치와 교육제도의 미완성 등 넘어야 할 산,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이참에 사교육 인력을 공교육 및 사회교육으로 대폭 투입하고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 주도형 교육행정에서 학교자치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사회가 아니라 통합사회 시스템을 만들며, 이론학습 중심에서 실기와 창의교육을 중시하며,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현장학습과 전문교육을 강화하면서 사회화를 배양하고, 공부 못하고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우선 배려하며, 교사와 학생의 형식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감성적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육위원회와 학교 운영위원회를 무한봉사와 미래비전 제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선하고, 학교마다 교사·학부모·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창조교실을 만들며, 학교·학원·TV의 노예가 돼 있는 학생들의 해방구가 필요하다. 어린이미술관과 박물관, E-어린이도서관, 청소년문화광장, 생태숲, 체험학교, 청소년문화센터, 스포츠교실, 국제교류관 등 청소년들이 꿈을 키울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교과서, 미래비전의 아지트가 돼야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