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지난번에 현재의 시험성적과 경쟁 위주의 교육현실을 비판하고, 관용, 배려, 연대 등의 시민사회의 덕목을 배우고 그러한 문화가 충만한 학교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후, 2가지의 아주 순진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순진한 생각1: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이전의 칼럼에서 말하였듯 필자 자신도 서로간의 경쟁으로 인하여, "틀렸음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과외교육, 방과후 학습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한명인 것처럼, 교육정책·행정 책임자도 같은 처지에 있을 것이라는 연민도 있어 칼럼을 쓰기를 주저하였다. 교육정책·행정 책임자들도 필자나 대부분의 학부모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데, 현실 여건상 어쩔 수 없어 경쟁 위주의 교육을 하거나 보다 더 높으신 분(?)의 지시를 따를 뿐이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자의 순진한 생각임이었음을 최근에 불거진 고입연합고사 문제를 보고 알았다. 충북 교육청이 타 시·도보다도 앞서 중3들의 고교입학시험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명목은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시험을 통해 일반계고에 진학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결과가 중학생, 중학교 줄세우기가 되고, 종국에는 시험, 경쟁위주의 학교교육 강화가 될 것임은 누구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어느 지역신문의 사설에서는 "무상급식처럼 연합고사 문제가 명확한 대안 없이 포플리즘화 되어선 안된다. 특히 이미 시행 계획안이 공고돼 시행을 앞 둔 정책을 가지고 교육감 후보들간에 한다 안한다(면) … 오히려 교육을 방해하는 일이다"라고 한다. 무상급식 문제나 연합고사 부활 문제가 어떻게 포플리즘으로 매도될 수 있는지, 명확히 안한다고 주장 하는데 무슨 명확한 대안이 없다는 것인지, 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안한다고 공약을 밝히는 것이 진정 교육을 방해하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안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다.

지금의 충북, 청주의 교육정책·행정 책임자, 일부 언론들에게 지금의 교육현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긍심과 희망까지 주는 바람직한 현실이고, 오히려 남들보다 가열 차게 학생, 학교를 경쟁시켜야 하는 조금 부족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같은 "어쩔 수 없는"처지라고 생각하고 연민의 정을 느꼈던 것은 필자의 순진한 생각임이 판명되었다.

#순진한 생각2: 과연 바꿀 수 있을까?

이들 외에 나머지 다수의 학부모, 교사, 학생은 현실의 경쟁교육속에서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을 과연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전투에 나가 바로 앞의 적과 싸우는 병사는 전쟁의 의미나 전쟁의 비도덕성을 말할 여유가 없는 것처럼, 지금의 교육현실을 이를 바꾸기에는 일부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자는 병사가 이 전쟁의 무의미성, 비도덕성을 정치인이 빨리 깨우쳐 전쟁을 빨리 끝내기를 바랄 뿐인 것처럼, 교육에 대하여 다른 철학을 갖고 다른 정책을 갖고 있는 교육 책임자, 나라의 책임자를 지지하고 선택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본다.

6.2 지방선거에 학부모 모두 참여해 교육현실이 잘못 되었다면 4년에 한번 있는 선거로라도 뜯어고치자는 것이고, 이것이 현실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쫓는, 한탄과 좌절을 넘는 시민의 실천이라고 본다.

그런다고 지금의 교육현실이 바뀔까? 라는 비관이 아니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왜곡된 교육현실을 성찰하고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책임자를 뽑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자. 이것마저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라는 결론에 이를지라도. / choiyh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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