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이번으로 교육자치제에서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6·2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를 두고 교육계에서만이라도 선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교육에선 비록 일부의 작은 폐해라도 발생하면 일어탁수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선거만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최상의 방법은 아닐 것이다. 최선이라는 대안에도 문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선거를 하지 않고서도 안정된 교육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선거만능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민주주의 정착시기 단축을 위한 시련과 혼돈의 단계라고 보면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수용 태세는 아직도 멀었는데 어린아이에게 어른의 옷을 입혀서야 되겠는가?

결코 교육자치제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교육혁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도 워싱턴의 교육감 미셸 리는 바로 시장이 발탁해 임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한번쯤 음미해 볼 일이다.

민선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 이후 일부에선 교육 비리가 만연되었고, 학교가 이념의 도구로 활용되는 느낌이었고, 지지자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인사질서를 흩어 놓았고, 감오장천의 신조어도 창출했고, 입맛 정책으로 교육의 근간도 흔들어 놓고.

줄서기로 눈치 보느라 본업인 교육은 뒷전이었고, 인맥 찾느라 교재연구 이상의 피로와 혈안으로 교직은 부업처럼 보이고, 게다가 매관매직도 있었다니 이제 막장까지 왔나보다. 수장이 그러니 산하 교직원의 부정부패는 덮어둘 수밖에.

학력은 하위에 정박해 있고, 전국에서 가장 청렴하다고 나부끼는 현수막 뒤에서 부정은 난무하고, 눈앞의 공교육 망쳐놓고 사교육 잡겠다고 뒷골목 누비고, 사명감 부족한 부적격 교사 임용해 놓고선 교원평가로 다듬어 보겠단다.

가장 신성하고 공정해야할 교단에서 부정선거로 낙마한 교육감과 교육의원 수가 얼마이며, 부정사례가 마구잡이식 교단부정의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존경과 신뢰받는 유능한 일꾼은 이전투구의 선거판엔 실낱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

가장 순수하게 바른길을 걸어야할 초등학생들의 선거가 어른들의 잘못된 선거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 탓으로 이제는 한수 더 떠서 어른들 뺨치게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뒤에는 이를 바로 잡아주어야 할 학부모와 담임이 열심히 부추기고 있다니 어쩌자는 건가.

교원들의 사명감과 책무성도 찾아보기 어렵단다. 사제동행은 옛말이 됐고, 학력책임제는 말뿐이고, 신문을 못 읽는 학생도 고등학교 졸업은 보장된다. 학교 숙제는 안 해도 학원 숙제를 학교서 하고, 공교육 선생님보다 사교육 강사를 더 신뢰하고 존경한다는데,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건가.

내일을 이끌어갈 학생 교육을 책임졌으면 그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도록 기본을 갖춰줘야 하는데, 선출직임을 구실로 교직원들까지 끌어들여 뒤흔들어 놓은 교육현장은 언제쯤 원상회복이 될지 참으로 막막하다.

교육감을 선출하느라 수천억 원의 국고를 들이거나 교단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은 이젠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다.

교육의원회가 시·도의회의 보조기관 역할 정도여서 그 존재의미를 두고 논란이 많다가 결국은 폐지되는 것처럼, 이번을 끝으로 교육감 선출도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고, 정치꾼의 난동무대가 되지 않으며, 줄서기는 못해도 학생교육엔 최선을 다하는 교단이 되도록 비장한 각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 속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이 바로 선배들이 쌓아올린 충실하고 알찬 공교육의 결과였음을 명심하고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안정된 교육기반 구축에 정진해주길 간곡하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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