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충북소방본부 방호구조과장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교통신호등을 만나게 된다. 빨간색은 정지, 녹색은 출발이라는 기초적인 사회약속을 지키며 사는데 가끔 이를 어기면 사고로 인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된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비상구는 모두가 녹색이다. 왜일까 그것은 바로 비상구는 행복이 소통하는(門)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주변에서 소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불난 책임, 불낸 책임도 소방관서의 책임이라는 풍토가 만연하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인명피해는 2천427명(부상 1천977명, 사망 450명), 재산피해는 241억원으로, 2008년 중반이후 화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방법관계법령 위반 증가 등 화재에 대한 낮은 안전의식과 책임감 부족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는 확대되고 있는 실정으로 지난 3월 6일을 기하여 소방방재청은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적인 화재피해 저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는 체계적인 예방대책과 단계적 대응으로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그 어느때보다 비상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화염과 연기로 인하여 극도의 긴장과 흥분 상태에 빠져 비상구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지하철역사, 지하상가, 백화점 등 불특정다수인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더욱 주출입구 및 비상구를 찾기란 어렵게 된다. 하지만 화재시 피난을 안내하는 유도등 그림문자의 의미를 안다면 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색바탕에 흰색의 그림문자로 이루어진 피난구 유도등으로 표시면에 표기되어 있는 그림문자는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피난을 안내하는 그림이 아니고 출입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뛰어가는 방향과 비상구의 방향과는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림문자는 단지 비상문(EXIT)라는 상징적 의미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이제 여러분의 안전을 위하여 비상구 그림문자의 상징적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백화점, 지하상가, 지하철역사 등을 이용 시에 한번쯤 유심히 살펴보고 자신의 피난동선을 그려보는 습관을 기르자.

설마 내가 저 비상구를 이용하여 탈출하는 최악의 상황은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야말로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가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주 등 관계인도 비상구는 유사시 자신이 피신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의 문으로 생각하고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 이러한 습관은 화재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피방법이 될 것이며, 비상구! 그것은 우리 모두가 행복으로 가는 소통의 문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충청북도에서는 4월부터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제도 일명'비파라치'를 시행한다. 위급상황에서 유일한 생명로인 비상구의 폐쇄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시행에 앞서 비상구를 잠그거나 물건을 적치해 장애를 주는 행위로 인해 포상금을 받는 일이 단 한건도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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