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 학 / 충주여고 교장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은 사원들의 생계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사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높고도 어려운 사람으로 알고 있으나, 실은 밤마다 잠 못 이루는 '새가슴'이라고, '사장으로 산다는 것'(흐름출판/2009)의 저자는 말한다.

일을 못한다고 찍힌 직원에게 어떻게 역량을 키워줄까, 일을 잘하는 직원이 갑자기 다른 곳에 스카우트 되어 가는 건 아닌가, 별별 생각의 꼬리를 자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든 이윤을 남겨 사장 자신과 사원들이 먹고 살기 위해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윤'개념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부분의 교장은 어떻게 하면 학부모와 학생이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로 사장에 버금가는 걱정을 갖고 있다. 회사 경영의 귀재 GE의 잭 웰치가 A등급의 직원을 정의하는 자질을 '열정'이라고 했듯이, 사장이나 교장이 '열정'있는 직원을 떠받드는 이유는 그것이야말로 그의 여러 단점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회사건 학교건 상하 조직원이 '열정'을 갖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는 금방 문을 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의 운영성과는 즉시 일목요연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사장과 교장의 경영마인드 분기점인데, 사장의 눈으로는 태평스럽기 그지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전환기의 교육행정과 학교 경영'(한국학술정보/2006)이라는 어려운 제목의 책에서 저자는 교장의 존재 이유를, '학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두루뭉술한 것이 교장의 임무다.

원래 교육이란, 당장 눈에 잡히는 이해득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교장은 뭇매를 맞아도 변론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기 어렵다.

교장의 비리가 공분을 사자 서울교육청은 절반의 교장을 공모제로 뽑겠다고 발표했고, 어느 교직 단체는 공모제 한다고 비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공모제 확산이 단순히 '비리' 때문이라면, 교직 단체의 주장이 현실적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도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는 와중에도 교육계가 우심한 질타를 받는 것은 그만큼 '교육'이 이 사회를 건설하는 '기초'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열정 있는 교장을 찾기 위해 공모제를 한다면 일리가 있다. 열정 없는 교장은 회의(懷疑)하거나 방관하는 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회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순식간에 조직 전체에 퍼져 잠수(潛水)된 채 자조와 냉소의 세월을 흘려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세월 동안 아이들이 입는 어떤 영향도 회사처럼 계량화 되어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일처리를 독단으로 한다는 비난이 있던 고 정주영 현대회장은 기자에게 '나를 독단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의 결정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그의 자서전은 적고 있다. 열정이 없는데 고민이 있겠는가.

학교 현장에서 부닥치는 교장의 큰 고민 중 하나가, 문제의 중심에, 직장인으로서의 교사와 교육권을 가진 학생(학부모)이 대치(?)되기 일쑤라는 점이다. 요즘 교육 이론으로 양자 관계는 공급자와 수요자 아닌가. 이런 낱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장에겐 무엇보다 교사와의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 나도 수십 년 평교사 했고, 고3담임도 했고, 자정까지 야간학습 지도해 봤다, 그래서 그 애환을 잘 안다는 호소 말이다.

이런 교장을 교육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왜 하고 싶어 할까. 그리고 일부 사립은 몰라도, 요즘 국공립학교 교장의 위상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다운됐는지 알고 계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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