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대표

어려웠던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제자리 찾기가 한창인데 그 일환으로 대기업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자판 같은 대기업이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하에 들어가고 있고, 대표적으로 재계서열 8위권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2005년 당시 박삼구 명예회장은 그룹을 재계 순위 5위권에 진입시키고, 100년 영속기업을 만들겠다며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알짜기업들을 인수했다. 지난 2006년에 자산관리공사로 부터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 4천255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자금의 절반이 넘는 3조 5천억원을 금융권 등으로 부터 조달했다.

이어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면서 물류 경쟁 기업인 한진그룹을 따돌리고 재계 순위 8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승자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았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풋백옵션 만기일이 돌아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에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6월, 계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대우건설 뿐 아니라 금호터미널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분, 금호생명, 금호렌터카까지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모두 시장에 내놓았다. 그래도 사태를 진화하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 채권단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곧바로 오너일가의 사재 출연도 요구했다. 경영권은 유지시켜 주겠지만, 무리한 확장에 따른 그룹의 위기를 불러온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공격경영을 선포한지 불과 4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인 때에 그 성장기반인 전남·광주 지역의 정계와 재계가 들고 일어섰다. 광주시의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의 대표 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경제논리 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고려 할 것, 대우건설 매각협상에 적극 나서고 채권출자전환, 세제지원, 이자율 인하, 수주 편의를 제공할 것,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로 호남경제가 침체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광주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이 지역 4개 상의 역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상공인 호소문'을 공동발표하고, 대통령, 기획재정부장관, 금융위원회위원장, 여야 대표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또 지난 연말 광주지역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사회단체 총연합' 대표 22명 역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위기는 호남 생존의 위기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대주건설·C&중공업 퇴출, 삼능건설 부도사태 때도 나서지 않았었다.

사실 광주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광주지역 소재 계열사에서 연간 3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580억원의 지방세를 낸다. 타이어, 석유화학, 고속 등과 관계를 맺고 있는 270여 협력회사에 지급하는 금액도 1천730억 원이나 된다.

금호그룹은 거스를 수 없는 구조조정의 대세 속에 무릎을 꿇었고 각 계열사들은 노조 문제까지 겹쳐 그 해법 찾기에 몸살을 앓았지만, 지역주민의 강력한 여론형성 노력과 이해당사자들의 막판 결단으로 최악의 파국은 막을 수 있었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어제 발표된 2009년 통계를 보면,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가 25조원을 돌파하면서 지자체들의 재정적자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 3천728억원의 지방채를 발행중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가운데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변변한 지역 기반의 우량 대기업이 없는 우리 충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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