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호 괴산군청 행정과 서무담당

칠성언제(七星堰堤)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로 우리나라 순수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진 괴산댐에 새겨진 글귀다.

괴산댐 상류 숲은 1957년 댐 건립 이후 반세기 이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하늘의 물을 받는 상류에는 화양구곡, 선유구곡, 갈은구곡 등 유명계곡들이 있다.

이들 계곡은 웬만한 여름 소나기에도 흙탕물이 일지 않고 맑은 물이 흐르며, 씻어낸 공기는 깨끗하기가 이를 데 없어 사람의 마음을 무릉도원인양 심취하게 한다.

괴산댐은 이러한 지역의 물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만든 곳으로 연혁에 따른 주변의 생태환경과 수자원의 가치는 대차대조표 이전에 부가가치를 논하기 조차 송구스러울 정도이다.

물속에는 쏘가리, 자라, 퉁가리, 붕어 등 수많은 토종어류가 존재하고 후미진 장소에는 물오리 등이 유유자적하며 놀고 있다. 봄철 맑은 물이 스며드는 작은 골 아래 수면에서 원앙이 짝을 지어 노니는 모습은 한순간 사람의 발길을 붙잡아 동행인에게 갈 길을 재촉받기도 한다.

1980년 이전에는 댐 상류 운교리 마을 앞에는 2㎞ 정도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으며, 강가를 따라 20여호의 인가들이 모여 있었다.

강가와 마을 사이에는 우마길이 있고, 강 한 쪽에는 나룻배가 한적하게 주인을 기다리며 물 위에 떠있었다. 토종 미루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강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선경이 다름없다.

아래쪽 곰넘이 마을은 산처럼 생긴 골에 다랑이 논 몇 자락과 비탈진 밭이 있고 고즈넉한 늦은 밤이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소리가 확연하다.

모내기철 어스름한 저녁이면 다랑이 논에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고 여름철 소나기가 한줄기 내리면 처마 끝 고랑에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검은 미꾸리가 미로처럼 흐느적거리기도 한다.

이따금 들려오는 맹꽁이 소리는 일상의 망각 속에 머릿속을 맑아지게 한다.

운좋게 의기투합한 벗들과 배라도 띄우면 양안 송림과 기암절벽 위에 사모관대한 신랑바위, 고깔 쓴 각시바위가 마주 보고 있는 형상은 없던 전설도 생겨날 듯하다.

절경에 취한 배가 아래로 흐르다 보면 조선중기의 명신 소재(蘇齋) 노수신이 1545년 을사사화로 2년간 유배생활을 한 수월정(水月亭)이 서 있어 하늘이 열린 이래로 인적이 드문 산간오지임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석양 무렵의 피라미가 제 흥에 겨운 듯 뛰어 오를 때는 살아 숨쉬는 자연의 생태가 경이롭다.

그 옛날 아무리 산이 높고 골이 깊다하나 인근 지역과 소통하는 자욱 길이 있기 마련이며, 나무꾼도 드나들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교통이 원활 하지 못한 시절에는 상류에 위치한 덕평 5일장이 큰 활기를 띠어 맹꽁이 트럭이 다락재를 넘나들었다는 지역원로들의 회고담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 댐의 경사진 서쪽에 상하류 주민들이 소통하는 옛 길이 기억의 저편에 향수처럼 남아있었음이 분명하다.

최근에는 댐 서쪽 산 아래를 따라 주변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산막이옛길이 복원돼 휴일이면 옛 길을 걸으며 풍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조만간 레저, 교육, 관광, 웰빙, 휴식, 먹거리, 접근성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테마있는 연계코스의 개발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막이옛길이 도시민과 출향인의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전국 명소이자 태고적 비경을 간직한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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