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영동대 교수

1987년 그동안 억압되었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6월항쟁으로 분출되면서 더욱 성장한 민의를 바탕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자, 1991년 군의원과 시·도의원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실로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되었다. 이때 만해도 우리는 지방자치에 대한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선 중앙정부로부터의 통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중심의 자율적 행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고, 주민은 참여를 통하여 지역문제 해결에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 될 것으로 믿었고, 단체장과 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여 주민이 원하는 기관을 구축함으로서 지역과 주민을 섬기는 기관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를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효율성, 통제의 민주성이라는 가치가 실현되어 정말 잘 사는 지방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와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19년이 지났다.

그동안 중앙과 지방간의 사무배분에 관한 조정이 이루어져 많은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방관련 문제들이 중앙 정부의 주요 국가정책이라는 미명아래 지역의사가 번번이 무시되거나 도외시되고 있고, 지역문제를 선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고 주민의 의사 보다는 단체장의 의지나 가치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들을 보면서, 봉건군주의 절대적인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면서 형성된 영미의 자치에 대한 선(善)의 규범적 가치에집착한 나머지 우리의 정치문화속에 깊이 잔존해 있는 비민주성과 정치적 역동성을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보게 된다.

이제 다시 시작 한다는 각오로 우선 이번에 선출되는 단체장과 의원들에 대하여 올바른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지금까지 단체장들의 비리는 그 유형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도 모 단체장의 승진인사와 관련된 비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인사권 예산권을 개인의 사권처럼 행사하는 구조적 비리와 부패, 사업추진과정에서 업자와 결탁하여 사욕을 챙기는 것을 관행처럼 여기는 도덕적 불감증, 차기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전시성 행정으로 인한 예산의 낭비 등은 건전한 의식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단체장 선출에 있어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청주·청원통합문제에서 나타난 것처럼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통합해야 한다는 주민의사가 지배적인데도 불구하고,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주민의 총의를 따르지 않고 단체장과 부화뇌동했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자치역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의회의 의원들이 어떻게 단체장과 집행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및 감시권을 행사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조망 좋은 건물의 외벽들은 여지없이 현수막으로 장식되어 있고 환하게 웃는 밝은 모습으로, 곧바로 다가 와 악수를 청할 것 같은 친근감으로 멋진 포즈를 취하면서 전문가, 적임자임을 내세워 자신을 주민의 대표자로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 주민들은 모든 조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여 정말 지역과 주민을 위하여 일할 참일꾼을 선택해야 할 것이며, 출마자 모두는 양심적으로 자신을 평가하여 주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공복으로서의 의식과 각오가 없으면 지금 바로 현수막을 떼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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