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4월의 아픔과 추위를 한껏 녹인 공연이었다. 한껏 다가온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앙코르는 무려 4번이나 나왔다.

2일 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52)의 내한 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Ⅸ-안드레아 보첼리’는 6000명의 청중과 봄의 영혼을 일깨운 공연이었다.

유진 콘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 꾸민 이날 무대의 첫 곡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이었다. 이어 보첼리가 등장하자 공연장이 떠내려갈 만큼의 큰 환호가 울려퍼졌다.

보첼리는 국내 모 CF 삽입곡으로도 유명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으로 첫 곡을 시작했다. ‘천상의 목소리’라는 별칭처럼 초반부터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를 뽐냈다. 이어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니아’ 중 ‘축배의 노래’를 불렀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극찬한 소프라노 사비나 츠빌라크가 칠레아의 오페라 ‘아드리아나 레쿠브뢰르’ 중 ‘나는 창조주의 비천한 하녀일 뿐’을 부르며 보첼리가 쉴 틈을 만들어줬다.

보체리는 다시 등장,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중 ‘저 타는 불꽃을 보라’를 불렀다. 바로 츠빌라크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오 상냥한 아가씨’를 선보였다.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도 등장,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케르메스 왈츠’를 연주했다. 보첼리와 츠빌라크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너무 늦었어요’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듀엣하며 1부의 문을 닫았다.

2부의 시작은 폰 주페의 오페라타 ‘시인과 농부’ 서곡이었다. 이어 보첼리가 등장, 단치 ‘그렇게 살고 싶어’, 이탈리아 민요 ‘바다로 가자’, 코트라우 ‘산타 루치아’, 라라 ‘그라나다’를 연속해서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어 그리미넬리는 플루트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와 몬티 ‘차르티쉬’를 환상적으로 연주해내며 팬들의 환심을 샀다.

보첼리는 “이번에 부를 노래는 매우 유명한 이탈리아 곡이다. 어머니를 기억하며 부르고 싶다”며 비시오 ‘맘바’를 불렀다. 다음으로 덴차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보첼리는 호주의 팝스타 델타 구드렘과 샤르토니 ‘대지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맞춰 무대 배경 스크린에서 초원과 사막 등 다양한 지구의 모습이 등장, 청중이 관객으로서 묘미도 경험할 수 있는 순간도 펼쳐졌다.

특히, 웅장한 음악에 보첼리의 청아한 음성과 구드렘의 감성적인 보컬이 녹아들면서 한편의 대서사시 영화를 귀로 느끼는 듯한 환상적인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팬들의 환호에 보첼리는 구드렘과 함께 첫 번째 앙코르곡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 위드 유(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를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는 가스펠 ‘기도(The Prayer)’를 선보였다.

팬들이 뜨거운 환호를 내보내며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자 세 번째 앙코르곡이 나왔다. 미처 다음 앙코르곡을 준비 못한 지휘자 유진 콘이 연주자들에게 일일이 앙코르곡 제목을 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도 드디어 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가 나오자 팬들은 환호작약했다.

하지만, 이 절정으로 치닫는 공연은 끝이 나지 않았다. 팬들은 모두 일어서 환호를 보냈고 보첼리가 네 번째 앙코르곡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인 ‘네순 도르마’를 부르자 이날 공연은 마무리됐다.

앞을 보지 못하는 보첼리는 이날 공연에서 애절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노래를 마칠 때마다 특유의 그 인자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어 팬들의 환심을 빼앗아 버렸다.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작은 농가에서 출생한 보첼리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접했다. 12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고 피사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몇년간 변호사로 활동했으나 전설적인 테너 프랑코 코렐리(1921~2003)에게 성악레슨을 받으면서 음악인의 길로 들어섰다.

보첼리는 1995년 셀프 타이틀 앨범 ‘보첼리(Bocelli)’를 발표, 독일에서만 2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음반에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수록됐다.

보첼리는 팝페라 외에도 정통 클래식 음반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99년 ‘세이크리드 아리아스(Sacred Arias)’는 500만장 이상 팔리며 당시 역대 클래식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됐다. 지휘자 정명훈(57)과 함께 작업한 앨범이다.

보첼리는 정명훈 외에도 인도의 지휘자 주빈 메타(74)와 미국의 지휘자 로린 마젤(80) 등 클래식계의 거장들과도 음반작업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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