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경 청주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선거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으뜸이다. 그런데 이번 6·2 지방선거는 민심을 나타낼 수 있는 투표용지가 8장이나 되는 복잡한 투표였다. 이 같이 복잡한 투표로 어떻게 제대로 민심을 나타낼 수 있을지 선거 전에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백성'의 위대함을 과소평가한 우려였다. 언론의 여론조사와 달리, 언론의 예상과 예측과 다른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그룹이 꽤 있다. 그러나 사실 모든 이가 민심에 대해서 언제나 겸허해야 할 것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사용한 투표용지가 3억장이 넘었다. 이것을 쌓으면 백두산의 11배, 투표용지 4장의 크기를 A4용지 1장으로 가정할 경우, 면적은 축구장 684개 넓이라고 한다.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 30년생 나무 20그루 분량의 펄프가 소요된다고 할 때, 3억장의 투표용지의 무게는 403톤이며 30년생 나무 8천60그루가 필요하다. 전국 투표율이 약 54.5%, 충북 58.8%였다.

결론적으로 30년생 나무 약 4천 그루정도가 아무 쓰임없이 그냥 버려졌다. 또한 선거홍보물 중 벽보만 94만6천매로 스케치북 178만여개 면적이고, 선거공보 서류가 6억1천여만 부로 A4용지 116여만 박스, 종이 1만5천여 톤이 사용됐다고 한다. 더구나 선거홍보물은 재활용하기도 어려운 종이로 사용한다. 때로는 홍보물을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직접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현수막은 6만9천380개로 올림픽대로 392개의 길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35번, 약 18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또한 선거에 참여한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이용한 많은 차량이 뿜어낸 CO2의 양은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 하늘 '오존층'이 얼나마 '뻥'하고 더 뚫렸을까?

우리의 정치 지도자를 뽑고 민심을 파악하는데 이렇게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이 쓰여졌다. 그런데 쓰여진 물적 자원은 우리의 자연을 어쨌든 손상시켰고, 환경오염을 발생시켰다.

내가 사는 동네에 출마한 한 시의원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모두 '자전거'를 타면서 선거운동을 하였다. 거리를 지나가는 후보 자전거를 볼 때마다 '참, 괜찮구나! 그래, 저렇게 해야 돼!'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 같은 노력은 민심에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 후보는 낙선하였다. 아직은 이 같은 노력이 민심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풍토와 선거문화가 아니었다.

21세기 환경은 우리에게 어디든지, 어느 때나 끊임없는 생각의 발상을 요구한다.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앞으로 '변화'를 선택할 것이다.

선거에서 금권선거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우리와 따로 떼어내고 생각할 수 없다. 그동안 방식에 대한 반성을 하고, 선거방식과 선거문화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

친환경이라는 것은 먹을 것, 입을 것, 사는 집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연과 상생이다. 상생은 소통할 때 가능하다. 사람과 자연을 따로 나누어 있을 수 없듯이, 우리의 생활 영역에 걸친 모든 부분에 소통의 방식이 살아 있어야 하다.

이 같은 대대적인 환경오염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진행된 선거결과에 대해 앞으로 민선5기 4년은 좀 더 겸허하게 자연과 함께 소통하며 '공공선'을 위해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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