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태극의 전사들은 정말로 잘 싸웠다.

그리스와의 2대 0 승리, 아르헨티나와의 1대4 석패, 나이지리아와의 2대2 무승부로 B조 2위가 되어 월드컵 16강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은 이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강호들을 물리치고 기적의 4강 신화에 진입한 경험이 있다. 그러기에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신화가 써지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은 2002년 월드컵 당시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름 아닌 감독에 대한 신뢰도의 차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는 온 국민이 히딩크 감독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반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 국민들은 허정무 감독에게 그런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의 2010 남아공월드컵 게시판에는 30%가 넘는 내용들이 허정무 감독에 대한 불만의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어설픈 수비 위주의 전략이 한국을 망쳤다. 나이지리아전 역시 비기거나, 한골 넣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한다면 한국은 예선 탈락할 것이다.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 그리고 빠른 패스, 공간 지배 등 한국축구를 하기 바란다."

히딩크 감독이 아르헨티나에 1대4로 대패한 허정무 감독에 쓴 소리를 날렸다고 유수 언론들이 한때 보도했던 내용들이다.

결국은 네티즌의 조작 글로 밝혀졌지만 축구팬들이 허정무호의 무기력한 아르헨티나 전 패배에 분노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어쨌든 한국은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과 일취월장한 기량, 붉은 악마의 응원, 약간의 행운까지 겹치면서 16강에 두 번째 진입했다.

이제부터는 더욱 강한 팀들을 상대해야 하고 승패 여부는 감독의 전술 전략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문제되는 것은 허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 전략을 바라보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이다.

승패는 하늘에 달린 문제일 수 있다. 태극 전사들의 기량도 역대 최고의 수준인 만큼 멋진 경기를 펼치겠으니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란다는 제안을 통해 허 감독은 자신을 향한 리더십 부재와 전술 전략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해 화합의 메시지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경청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허 감독의 계속된 전술적 실수와 용병술, 무너지는 중앙 미드필드 전략 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적은 허 감독의 용병술 부분이다.

네티즌들은 2대1로 이기고 있는 나이지리아전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등식을 무시하고 김남일 선수와 김재성 선수를 투입해 점수 지키기의 소극적 전술을 택한 것을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고 있다. 결국 김남일의 무리한 백태클은 페널티 킥을 유발하면서 동점 실점을 허용했고, 이때부터 상대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국민들은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선수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허 감독은 용병의 실수는 솔직히 인정하고 우루과이를 압박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네티즌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바둑이나 장기도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셋째는 격려다. 이따금 허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흘리는 선수들에 대한 언급 중 비판적인 것들이 눈에 띈다.

감독이 신뢰하지 않는데 그 선수가 감독을 위해 최선을 다할 리 없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우루과이 전에 앞서 허 감독은 먼저 화합의 리더십부터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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