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환 / 단양주재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기상청 캐치프레이즈다.

일기예보 적중도에 따라 칭찬과 비난을 받는 기관이지만 구호만큼은 간단 명료하다.

단양군 매포읍 하시리에서 평동리로 넘어가는 돌고개 안쪽에 군부대가 들어선다. 그 입구에서 최근 뙤약볕을 무릅쓰고 회갑을 바라보는 여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인부 밥값 1천340만원을 수개월째 내지않는 부대 건설회사와 시행자인 국방부가 상대였다. 며칠이 지난 뒤 플래카드가 철거된 것으로 보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 여성과 두번 만나면서 들었던 몇가지 이야기가 자꾸 생각난다.

민선자치시대, 주민이 하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존재로 취급되는지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밥값이 밀리기 시작하자 올 초 그녀는 단양군 민원과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공무원의 대답은 국방부 소관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매포읍사무소 직원은 시위현장을 찾았으나 정작 자신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먼 발치에서 바라본 뒤 되돌아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선거때는 지역·주민을 위하겠다고 동네를 시끄럽게 하던 사람들 대부분 외면했다. 당선자 가운데 한명, 또 다른 청년이 찾아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위로하고 플래카드를 걸어줘 용기를 얻었다. 한 경찰관도 자신의 딱한 사정을 듣고 건설회사에 연락하고 해결방안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식당을 운영해 돈을 버는 것도, 돈을 떼이는 것도 엄밀하게 보면 개인의 책임이다. 또 반대편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아서 그녀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백번양보해도 구성원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귀기울이지 않는 자치단체, 선출직들은 그들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회사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온 단체 대표들이 정작 이웃의 문제에 대해서 왜 그렇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 bhlee7@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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