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정치·경제부 부국장

6·2 지방선거에서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바뀌었다. 충북지역의 경우 유권자들은 13개 자치단체중 충북지사를 포함 9곳에서 새인물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공직사회 분위기를 보면 대체로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정통관료출신 당선자들이 많다보니 '공직개혁'이나 '인적쇄신'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방자치 15년간 달라진것이 없다. 지방자치가 도입된이후 지방이 발전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민선 5기의 정책과제'를 제목으로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지난 15년간의 지방자치에도 불구하고 지방은 권한·산업·사람의 3대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고착화되고 있다. 또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상존하고 있으며 지방의 인구감소와 두뇌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외환위기이후 우리사회는 엄청나게 변했지만 지자체는 고질적인 관행과 타성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니 지방이 퇴보할 수 밖에 없다.

미래학자인 '엘빈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변화하고 시민단체는 90마일, 노조가 30마일, 정부가 25마일, 공교육이 10마일, 정치조직이 3마일로 변화한다면 법과 기관은 1마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토플러가 지적한 법과 기관은 마치 지자체를 말하는것 같다. 지자체의 변화속도는 거의 느낄수 없을 만큼 느리거나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기업이 시속 1마일로 달리는 행정기관과 상대하면서 얼마나 '답답함'을 느낄지는 안봐도 뻔하다.

지자체가 변화를 하지않는것은 변화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자치단체장의 리더십과 마인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출신인 모 당선인은 공식적으로 '인적쇄신'은 없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편중인사'와 '정실인사'로 가슴을 졸이던 공무원들의 얼굴이 밝아진 반면 그동안 잘못된 인사가 시정될 것을 기대했던 공무원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인사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프로팀을 창단하고 스포츠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기업이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지을려고 해도 경직된 사고로 법전만 들추며 면피주의에 철저한 일부 공무원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많다.

요즘들어 젊은 공무원들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갈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사회에 입문한 우리사회 최고수준의 인재지만 이들때문에 지자체가 변화할 전망은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은퇴한 GE의 잭 웰치는 능력에 따른 인사관행을 도입해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회사를 초우량기업으로 만들었다.

또 자동차시장의 절대강자였던 GM을 따돌린 도요타의 성공비결은 카이젠(개선)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철저히 반영하고 늘 위기의식을 가진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요타식 경영스타일은 공공부문으로 확산돼 많은 임원들이 공공기관 개혁의 사령탑으로 옮기기도 했다.

지자체도 앞으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대외환경이 빠른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관료주의적 병폐'에 안주해서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지역주민들만 고달프게 된다.

민선 4기를 거치면서 지방자치가 여전히 위기를 겪는다면 지방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단체장 혼자만 열심히 뛴다고 될 일도 아니다. 조직이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자치단체장의 미래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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