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뼈와 귓구멍서 일어나는 진동, 음성으로 전환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더니, 편리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한도 없고 끝도 없는 것 같다.

다이얼 전화기에서 무선전화기를 만들어 내더니, 더 욕심을 부려 휴대용 전화기까지 개발해 온 거리를 공중전화 박스로 만들고, 급기야는 수화기가 없는 전화기까지 개발되었다.

일명 '전화기 없는 휴대용 전화기.'

이 전화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일본 대학입시 센터 특별 시험연구반에서 근무하는 오노 히로 교수.

'아주 작은 휴대용 전화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와이셔츠 주머니에 쏘옥 들어가는 전화가 나왔다느니, 혼선이나 잡음이 없는 전화기가 드디어 시판에 들어간다는 광고가 판을 쳐도 오노는 늘 불만스러웠다. 아무리 작은 전화기이니 새로운 기능의 놀라운 휴대 전화기라 해도 늘 상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약간의 개선을 거친 전화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파격적인 형태를 바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전화기의 크기에 대한 문제도 약간 크기가 축소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전혀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크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직접 전화기 개발에 나설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노가 새로운 전화기의 모델로 삼은 것은 이어폰. 그는 학생들이 이어폰을 착용하고 공부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새로운 전화기의 모습을 그려나갔다.

그러나 그 계획은 너무나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이어폰과 같은 크기의 전화기를 만든다면, 휴대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일을 하는 도중에도 별 불편 없이 자유롭게 통화를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막상 시작을 하려하니 모든 것이 캄캄했다. 마치 서울에 가서 김 서방을 찾는 격이었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덤벙댈 것이 아니라, 먼저 관련 자료부터 모아보자.'

오노는 한참을 방황하던 끝에, 문제의 주변을 훑는 일에 착수했다. 기술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고는 하나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 가는 데 있어서는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게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자신감을 부록으로 얻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얼마 후엔 해답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람이 말을 할 때는 귀 뼈와 귓구멍에 진동이 일어나는구나. 그렇다면 이 진동을 감지하여 음성으로 변환시킬 수는 없을까?'

오노는 기존의 개발된 기술과 이론을 정리하는 동안 음성의 전달체계까지 일정한 지식을 취득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놀라운 가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귀 뼈와 귓구멍에서 일어나는 진동을 진동탐지센서를 이용하여 음성으로 전환하여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이 가설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오노의 연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꿈의 전화기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오노의 전화기는 그 크기뿐 아니라 기능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발명품이다. 이어폰 마이크에 내장된 미니 스피커로 상대방의 음성을 알아듣기 때문에 공사현장같이 아주 시끄러운 곳에서도 충분히 통화를 할 수 있다.

또 반대로 진동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므로 아무리 작게 말해도 상대방에게 또렷이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회의 장소나 음악회 같은 곳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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