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언제부턴가 우리 선조들은 새해 설날 떡만두국을 즐겨 먹어왔다. 왜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었을까. 만두 빚는 방법과 생김새를 눈여겨보자.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원형으로 피(껍질)를 만든다. 이 피에 되직하게 버무려 놓은 소를 한 숟가락 듬뿍 넣고 피를 반달 모양으로 접어 엄지와 검지로 꼭꼭 눌러 맞붙인다. 이렇게 빚어진 만두는 우리 입술모양과 닮지 않았는가. 만두 소는 말의 내용으로 비유되고 맞붙인 피의 부분은 우리의 입술이다. 소를 넣고 맞붙이는 것은 말이 함부로 입에서 튀어나오지 못하게 함이다. 결국 떡국에 만두를 넣어 먹는 것은 쓸데없이 수다를 떨지 말고 남의 말부터 들으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말이 많으면 남의 말을 듣지 못한다. 내 주장만 고집해 남을 인정하지 못한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 감언이설로 남을 속일 수도 있다. 이런 못된 습관이나 버릇을 버리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설날이 되면 이처럼 만두를 즐겨 먹어왔던 것이다. 위선과 교만을 경계하고 말과 행동을 삼가는 선조들의 지혜가 만두에 배어있음이 놀랍지 않은가. 특히 만두(饅頭)가 '풍랑의 신을 속였다'는 두만(頭瞞)에서 비롯됐음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더욱 빛나지 않는가

영리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총명(聰明)'하다고 한다. '聰'자에는 귀'耳'가 들어있다. 말 수를 줄이고 많이 들어야 한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것은 조물주의 실수가 아니다. '소개구(少閉口), 다폐목(多開目)'. 역시 수다를 경계하는 말이다. 입을 적게 열고 눈을 자주 감아라. 쓸데없이 이 곳 저 곳에서 수다를 떨지 말고 눈을 감은 뒤 남의 말을 경청(傾廳)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이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언감가장불감(言甘家醬不甘)).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언부중리 불여불언(言不中理 不如不言). 지혜는 들음으로써 생기고 후회는 말함으로써 생긴다(영국).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아라비아).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미국 올리버 웬델홈즈). 모두 말 많음을 경계하는 격언이다.

해방 아니 한국전쟁 이후에 '말 많으면 공산당'이란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입술에서 춤을 췄다. 정말 공산당이 말이 많은가. 말을 독점하면 결국 대화의 장에선 그는 독재자이다. 공산당은 일당 독재다. 대화를 하지 못하고 소통이 없는 일방적 하향식 전달만 있을 뿐이다.

이청득심(以廳得心).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들으면 남의 마음을 얻는 지혜가 생긴다. 특히 권력의 위치를 버리고 같은 눈높이에서 아랫사람에게 귀 기울이면 소통이 원활하고 신임을 얻는다. 위치가 높은 사람은 먼저 말하고, 설령 듣는다 해도 갑자기 끼어들고,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우려가 높다. 세종대왕이 왕위에 올라 "신하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싶다"고 한 말은 참으로 이청득심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으로 소통에 능하다는 한 범 덕 청주시장님!

소통은 먼저 내 말을 줄이고 남의 말을 듣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만두 많이 드시고 이청득심으로 훌륭한 시정 펼치시길 모든 시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시장님! 서초패왕 항우(項羽) 장수도 하찮은 칡가지에 걸려 넘어졌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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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우

YTN 청주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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