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손으로 만지며 촉감 감상

"색을 만지는 자체가 상상 이상으로 신기해요. 색을 만져보는 것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지난 5월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을 연 금송갤러리(관장 이다겸)가 13일 청주맹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직접 그림을 만져보고 색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비시각장애인들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감성과 예술을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헤아리는 이다겸 관장은 "이런 갤러리에 시각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올 수가 없다"며 "비시각장애인들이 함께 와야만 가능한데 비시각장애인들의 의식이 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자연의 색깔을 음양오행의 다섯가지 색으로 표현했다. 파랑은 직선, 빨강은 곡선, 노랑은 동그라미, 흰색은 네모, 검정은 세모로 기호화해 시각장애인들이 작품을 직접 만지고 느껴 색채를 감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박건우(중 2) 학생은 "정안인들은 미술 작품들을 다 볼 수 있는데 오늘 처음으로 정안인들이 보는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그림을 만질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고 밝혔다.

권재영(중 2) 학생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꾸 작품을 만지다보니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있었다"며 "전시장에 처음 왔는데 너무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두진(고 1) 학생은 "색을 상상은 해봤지만 이렇게 만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신기한 경험"이라고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을 인솔해 온 김동성 청주맹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전시라는 것은 전혀 생소한 부분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작품을 만질 수 있어 너무 색다른 경험인 것 같다"며 "이번 전시 방문을 계기로 우리 학생들이 시각장애라는 핸디캡을 벗어던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금송갤러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관장도 "우리 학생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컬러를 만지고 감상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예술을 즐기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의 많은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초등부 학생 20명이 방문해 작품을 감상했고 오후에는 중·고등부 22명이 인솔교사들과 함께 금송갤러리를 찾았다. 청주맹학교 학생들은 14일 오후 2시 학교에서 국악공연도 감상할 예정이다. / 이지효

jhlee@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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