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 'dlegae'

# 안텃벌과의 만남

안텃벌에 입성한 것은 2007년 즈음 청주복합문화체험장 HIVE에서 진행하는 외국작가 레지던시의 코티네이터 역할을 수락하면서 부터이다. 그즈음 나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HIVE라는 예술가 집단이 일부분 주민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다.

2008년 문화의달 행사의 일환으로 구 KT&G 담벼락에 대형 벽화와 예술문패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어느 정도 안텃벌의 이정표를 새로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주민들은 벽화의 주체를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벽화가 있어서 좋다는 반응뿐이었다.

2009년 다원예술매개공간 톡톡을 안텃벌에서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예술가와 주민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부터 톡톡을 거점 공간으로 주민들의 삶에 개입하는 예술이 시작된다. 톡톡의 운영 목적은 '공동체에서 삶의 예술'이었고, 각종 행사는 주민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지향했다.

주민과의 지속적 인터뷰를 통해 발행한 '원주민 신문', 어린이 감성교육 개발 프로젝트 '어린이 별똥대', 주민들의 사소한 물건을 기증받아 기록한 짬뽕박물관, 안텃벌에 거주하는 농악대 브라스밴드, 주민 300여명이 참여한 '2009 안텃벌 주민 축제'를 진행하면서 2010년, 주민들은 조금씩 커뮤니티 아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공동체 삶에서 예술가들을 같은 주민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다시 들여다보기

주민들에 의하면 과거 안텃벌은 80년대 까지만 해도 연초제조창의 가동, 청주대학교 예술대학의 이전으로 상가들도 제법 활기를 띠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민 모두가 커뮤니티 공동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한때 안텃벌에 불어온 도로 확장과 재개발에 대한 희망은 주민들 삶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지만 계획이 무산되면서 주민들과 상가번영회의 움직임은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안텃벌의 거리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예술가 집단이었다. 예술가들은 신新도심에서는 불가능한 사람들 사이의 훈훈한 관계, Y자 형 좁은 2차선 도로의 불편함으로 인한 느림, 동네 골목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해 질 무렵 거리의 곳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안텃벌을 주목했다.

예술이 안텃벌의 거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예술이 소통의 도구가 되어 커뮤니티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거리 구석구석은 예술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아트는 이제 예술의 범주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나라에 따라서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야 한다. 지금 내가 몸담으며 살아가고 있는 곳을 예술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일상의 예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커뮤니티 아트는 고스란히 예술가만의 몫이 아니다. 공동체 안에서 삶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우리 모두의 몫인 것이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당신도 이미 커뮤니티 아티스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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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텃벌= 안덕벌은 안터벌, 안덧벌, 안덕벌, 내덕평 등으로 불러왔다. 하지만 이곳 원주민들은 원래 자신들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안텃벌이라는 명칭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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