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지방재정 건전화 문제가 최근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공기업 압박에 나섰다.

16개 시·도 산하의 공기업들도 중앙정부의 개혁기준과 수준에 맞춰 컨설팅 개념으로 점검하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것이다. 이는 자치단체 부채의 상당부분이 공기업의 부실경영 탓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해법 찾기의 수순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99년 지방공기업 설립 권한이 자치단체로 이관된 이후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공기업들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조사한 26개 지방 공기업의 실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공기업들이 자본잠식은 기본이고 인건비는커녕 전기료조차 못 내는 곳도 있었다.

2009년 기준으로 볼 때 지방자치단체 부채가 76%인 반면 공기업 부채는 108%로 위험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태였다.

공기업의 부실이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공기업들이 난립한 탓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1999년 218개에 불과했던 공기업은 작년 말 현재 369개로 69%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신청사 건립 금지 등을 담은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내놓은 것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위기에 처한 지방재정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실제로 전국의 기초자치 단체 중에서 27곳은 인건비도 자체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인지 20일 경기도 시장·군수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공감하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한 단체장은 "전 집행부에게서 떠안은 부채가 너무 많다보니 공약사업을 추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한 숨만 내쉬었다는 보도도 실려 있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좋은 예산 포럼 정책세미나'에서 한 참석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행사 예산과 선심성 예산이 크게 늘고 청사 신축 등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지방채 발행이 급증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것이 재정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면서 지자체 부채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자치단체 부채는 중앙정부 부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2008년 말 기준 지방채무 규모는 무려 19조486억 원이나 됐다. 빚이 늘어도 사업 내용이 생산적이라면 세수가 늘면서 부채를 갚을 수 있지만 선심성 사업이라면 대책조차 세울 길이 막막해 진다.

지방자치를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지방자치를 통해서 정치의 기본인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고, 나라살림살이를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도 건전재정 운영의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자치단체도 돈이 있어야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의 각종 현안과 주민복지를 위한 사업도 펼 수 있다.

그런데 단체장들이 선심성 공약 추진과 호화 청사를 건립하는데 예산을 펑펑 쏟아 붓는다면 자치단체의 파산은 시간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제는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특히 재정파탄을 초래한 단체장들은 선거를 통해 확실히 심판해야 한다.

아울러 집행부의 재정파탄을 견제하지 못한 의회의원들도 책임을 물을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바로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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