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9일 청주예술의전당


각종 공연의 무대감독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민병구 화백이 자신의 주전공인 한국화로 여섯번째 개인전-삶의 길을 그리다를 준비했다.

지난 4월 다섯번째 개인전 이후 앞으로 매년 전시회를 계획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왔다.

지난해인 2009년은 민 화백이 무대미술을 10년째 하던 해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동안의 빈틈을 채워보자'였다.

그림만 그릴 때보다 무대미술을 접하면서 이것 저것 많이 배웠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우다보니 사물을 보는 눈도 높아졌다. 따라서 민 화백은 바쁜 삶이지만 앞으로 전시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의 빈틈을 채워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간 생활고에도 시달려보고 많은 일도 해봤지만 자신만의 기법을 터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민 화백.

그는 유년시절 늘 걸어다니며 봤던 기억속의 길과 나무를 힘차고 진솔한 터치로 담아냈다. 쭉쭉 뻗은 플라타너스 가지와 그 가지를 덮은 푸른 잎새, 가을로 넘어가며 색이 변하는 과정, 겨울의 설경 등 민 화백의 눈과 머리에 담긴 나무, 그 나무의 크기에 따라 연륜이 주는 세월의 무게, 느낌, 조형감 등 묘한 매력이 화폭에 녹아있다.



올해는 신한리에 위치한 커다란 소나무도 그의 작품의 소재가 돼 늠름한 기상으로 화폭을 지키고 서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할 포인트는 민 화백의 작품도 작품이겠지만 틈틈이 적어 한 편의 시가 된 그의 글들이다. 총 3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그의 시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2008년 8월 15일 새벽에 쓴 '夜路'란 작품이다.

'달은 별과 함께 떠도는데 / 이상이도 중단된 흐르던 기쁨 / 짧은 어둔 그림자에 / 내 몫이 된 슬픔은 심지를 낮추네 / 主路를 잃어버려서 헤매다보니 / 그리움은 색이 발하며 흐려지다 /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 오랫동안 굶주린 비극은 / 체한 어둠을 폐허에 토하며 / 숨기기 위해 비바람으로 가득 메웠어 / 나는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 이미 흘러 흘러 떠내려 온 수로에서 무책임한 열망을 씻고 있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진솔함을 품고 있는 민 화백의 글에서 민 화백의 사랑과 아픔, 외로움을 엿볼 수 있다.

이철희 청주시청 과장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민 화백의 그림뿐 아니라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잘 봐달라며 개구쟁이 같은 모습 속에 감춰뒀던 그의 또다른 인생역경이 가슴 진하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문인화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민 화백의 이번 전시는 24일부터 29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 이지효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