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점철로 알파벳 기록방식 고안 … 맹인들에게 희망 역할

발명 일화를 들춰보다보면 가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최초의 실용적인 점자를 만들어낸 루이 브레일은 그 자신도 맹인이었다. 그 역경을 딛고 전 세계 맹인들에게 한 줄기 빛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그의 파란 만장했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의 세계에는 색이 없었다. 아니 형체도 전혀 없었다. 찬란한 정오의 햇빛도, 한 밤의 신비한 별빛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의 세계는 어둠, 오로지 어둠뿐이었다.

루이의 마음은 너무나 착잡했다.

자신의 스승과 같은 사람들이 맹인들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혜택을 입는 사람은 너무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전해들은 맹인의 생활상으로 인해 그는 더욱더 스스로를 가책하고 있었다.

'수용소에 단체로 수용되어 바구니나 만들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니. 정말 맹인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인가?'

묵직한 책을 든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맹인도 배워야 하는데 배울 방법이 없으니.' 루이는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이는 한 장의 이상야릇한 종이와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작은 요철이 규칙적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으로, 그의 민감한 촉각을 예민하게 반응시켰다.

"이건 뭐지?" 그는 그 종이를 건네준 사람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필사적으로 물었다. "밤 쓰기라는 것이지. 전쟁터에서 밤에 급한 전령을 보낼 때 쓰는 암호 같은 거야." "암호? 전쟁터?" "전쟁터에선 불을 켤 수가 없잖아. 적에게 금방 노출될 테니. 그래서 작은 요철로 암호를 새기는 거야. 손으로 더듬어 알아 볼 수 있게."

순간 루이의 굳게 닫힌 눈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아아! 바로 그거야! 문자를 기호화하는 거야. A는 동그라미 하나, B는 동그라미 두개... 이런 식으로! 우리도 암호를 만들면 돼!" 이제 우리 맹인들도 읽고, 쓸 수 있게 될 거야! 정상인처럼 고전을 읽고 편지를 쓰고 철학을 공부할 수 있다고!"

그는 곧바로 6개의 점철을 기본으로 하는 알파벳 기호를 만들고, 시험적으로 자신이 속해있는 국립 맹아학교에서 사용하였다. 또한 지시 계통이 있는 2개의 금속판 사이에 끼운 점철종이를 펜촉으로 찍어 올려 기록하는 방식을 고안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루이의 고안이 정식으로 사용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려야했다.

그가 결핵으로 파란 많은 생애를 마칠 때까지도 그의 점자 방식은 극히 일부에게만 알려졌다. 아마도 맹인 사회의 폐쇄성과 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잘못이었을 것이다.

1932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루이의 기호는 국제회의에서 표준으로 합의 되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암흑의 세계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마련된 셈이었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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