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 '굴비어멈'

퇴근하는데 누군가 길을 막아섰다. 김탁구 촬영 때문이라고 했다.

수암골은 충북민예총에서 벽화를 그리며 유명해졌고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찍은 후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제는 '제빵왕 김탁구'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카인과 아벨'은 별도의 사진관이 마련되어 있다. 빈집을 활용한 사진관이다.

지금처럼 수암골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 때는 술에 취해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이는 게 어렵지 않았다. 별별일도 많았고 과년한 딸자식이 있는 집에서는 해만 넘어가면 외출금지가 당연했다. 나는 언니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날 시간에 맞춰 골목 끝까지 언니를 마중나가곤 했다. 가끔 마을 입구에 앉아 있으면 시집간 언니가 양 손 가득 맛난 것들을 사들고 올 것만 같다.

수암골이 유명해지면서 예고없이 마을을 들이닥치는 친구들도 늘었다. 그리 반가울리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김탁구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니 주말 낮잠은 깨끗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수암골에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달갑지 않다. 25년전 나에게 수암골은 싫으나 좋으나 질척한 삶의 터전이며 희미한 가로등 하나가 간절한 곳이었다. 매년 눈길에 넘어져 철철 울면서 학교에 가던 아픈 길이었다.

때문에 질척함 위에 덧칠해진 무엇과 무엇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낯선 것이다. 드라마 촬영 덕분에 청주시청에서 비탈길마다 지지대를 설치하고 제설작업도 해주지만 꽃밭을 만든다고 멀쩡한 두릅나무 다 베어 버리고 상추와 쑥갓 다 뽑아버리는 행위는 달갑지 않다.

그럼에도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동네가 깨끗해졌다고 좋아들 하시니 나는 어르신들 앞에선 싫어도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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