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한 '탕아' 이천수(29. 오미야)가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56)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천수는 지난 15일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데뷔전에서 맹활약을 보여 향후 그의 국가대표팀 승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 연봉 분쟁 끝에 극비 귀국, 국내에 머무르고 있던 이천수는 지난 6월 오미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일종의 테스트였던 훈련 합류에서 이천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남다른 감각을 선보이며 결국 지난 주 정식계약에 골인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이천수의 실전 감각에 의문부호를 달며 1~2주 후 데뷔를 점쳤다.

그러나 이천수는 계약 후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5일 주빌로 이와타전에 공격수로 선발출전, 전후반 90분 동안 맹활약했다.

한때 국내 최고로 평가받았던 패스 감각은 100%는 아니지만 예리함이 살아 있었고, 문전 슈팅능력 또한 남달랐다.

공교롭게 이날 NACK5 경기장에는 이와타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23)를 점검하기 위해 건너온 조 감독과 박태하 코치(43)가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당초 점검 대상인 박주호도 전후반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이날의 스타는 이천수였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이천수가 J-리그 데뷔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조 감독은 국내 출발 전 "현재 이천수의 몸상태가 정상적인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들었다"며 이천수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출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천수가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모르겠지만 경기에 나와야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향후 점검할 기회가 돌아갈 여지는 있음을 밝혔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천수가 당장 조 감독의 눈에 들기는 힘들 전망이다.

오미야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에서 예상 밖의 맹활약을 펼친 점은 인정되지만,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만큼의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기량이 아닌 '전과(前科)'가 이천수가 조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천수는 지난해 수원삼성에서 전남드래곤즈로 어렵게 이적했으나, 사우디 진출을 이유로 박항서 감독(51)과 대립하다가 끝내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다.

선수와 감독, 에이전트에 걸친 '이적파동'을 펼친 끝에 팀을 떠난 선수가 한국 축구에 낸 생채기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당시 경남FC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 현장에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조 감독 입장에서는 '선입견'이 쉽게 지워지기 힘들다.

'이적파동' 외에도 이천수는 기량 외적인 부분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내려 '이슈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 왔다.

이렇기 때문에 축구계의 정서도 이천수의 대표팀 복귀를 쉽게 용인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전력만 놓고 보면 이천수가 '협력과 희생'을 강조하는 조광래식 축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천수가 갖고 있는 재능은 아직도 대표팀 합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간의 모습을 일신하고 오미야에서 옛 기량을 되찾는다면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조 감독의 눈에 박힌 '미운털'을 빠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천수 본인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는 길밖에 없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서 얻은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대표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조 감독의 눈도 언젠가는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뷔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축구인생을 보낸 이천수가 이번에야말로 그토록 염원하던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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