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기자단- '산들바람'

여행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스탭들과 만났다. 그리고 차 안에서 '비내늪'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충북땅에 살면서 그 곳을 모르는 나의 무식을 개탄하면서 현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머리는 온통 그곳에 이미 도착하였다. 여행 프로가 환경스페셜이 되는 순간이다.

남한강 목계나루와 연결되고 그 옛날 뗏목이 마포나루로 옮겨지는 그런 그림을 그린다. 포장된 도로 위에서 비내늪의 풍경이 들어오자 이곳이 생태공간임을 느낀다. 강은 흐르고 그 가운데 섬으로 이루어진 땅은 온통 갈대숲과 양옆으로 물이 흐르며 습지를 형성한다.

습지의 중요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이 수 많은 가치를 담고 있다. 자연적인 습지가 거의 전멸한 상태에서 이곳이 그나마 자연적인 모습으로 있다는 그 자체에 나는 놀라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습지 생물의 다양성에도 놀라고, 그러한 모습은 과거로 돌아가는 나의 동심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몸통 전체가 빨간 고추잠자리도 눈에 들어온다. 마름을 비롯해 요즘 보기드문 수생식물들도 보인다. 그러한 눈에 놀라움도 잠시, 나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목격한다. 잘라나가는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함 말이다.

평화롭게 낚시를 즐기는 그 사람도 놀란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다. 한참 말이 없다. 거대한 포클레인의 악어 이빨같은 그 덩치는 금새 먹이를 삼켜 버린다.

사는 데 바쁜 민초들은 4대강의 손익을 잘 모른다. 유선을 이루며 굽이쳐 들어오는 물길은 직선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에도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는 현장이다. 인간의 획일적이고 빠른 손익의 그런 계산말이다. 내가 생각한 습지의 보존과 공존은 이곳에는 없었다.

그 이빨을 들이대 물길이 바뀌고 수백년 생태계가 무너지는 그런 행위를 누가 용인할 수 있단 말인가. 이곳 저곳 대형 악어들은 그 이빨을 계속 드러내며 달린다. 나의 무력감은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인간이 계산하는 그 가치, 그 추악함과 재앙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작가의 현실 참여라는 면에서, 오늘처럼 깊은 수렁의 자괴감과 인간의 무력감을 느낀적이 없다. 미치지 않고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너도 미치고 나도 미쳤다. http://blog.naver.com/sbh0992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