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당태종 이세민은 태자 이건성을 참살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이후 이세민은 자신의 형 태자를 도왔던 측근 위징을 끌어다 무릎을 꿇게 하고 "너는 어찌하여 형과 나를 이간질하였느냐"고 일갈한다.

위증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태자가 내 말을 들었다면 참사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당하게 맞선다.

위증이야말로 자기에게 꼭 필요한 인물임을 깨달은 이세민은 그를 측근으로 삼아 쓴 소리 곧은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훗날 정관의 치를 펼친 이세민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친형 이재선씨가 시청 홈페이지의 '시장에 바란다' 코너에서 신임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했다.

공인회계사인 재선씨는 지난 13일 시청 홈페이지에 올린 "왜 성남시장이 되었는지요"의 글을 통해 "행정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하는데 현 시장의 행보는 정치인의 행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동생에게 당장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16일 올린 글에서는 5급 이상 과장급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요청했고, 23일에는 서비스 불친절에 대한 불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형이 시장인 동생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동생을 비판한 형의 강직한 면모를 높게 평가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사적으로 만나 충고해도 될 일을 두고 공개 비판한 것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6·2 지방선거 이후 언론의 집중조명을 가장 많이 받았다. 임기 초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데 이어 호화청사인 성남시청을 매각하겠다는 메가톤급 뉴스도 발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인권변호사로 출발하여 시민운동에 매진했던 그는 "변호사 시절,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 최초로 시립병원 설립에 대한 주민발의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5천여 명이 넘는 당원들과 함께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그는 성남시장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한 그는 민주당 A인사가 보낸 "링컨 대통령은 낙선하지 않은 사람을 중용하지 않았다. 낙선해 본 사람이 민의를 존중할 줄 안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절차부심 끝에 다시 성남시장에 도전, 당선됐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아방궁으로 소문 난 9층 시장실을 도서관으로 개방해 시민들의 찬사도 받았다.

단체장에 대한 평가는 하루아침에 내릴 수 없다. 물론 임기초반에 펼치는 일련의 행보를 보면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최종판단을 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그래서 혹자는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숲을 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동전도 앞면과 뒷면은 완전히 다르다. 하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한 가지 행동을 보고 단체장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인 냥 몰아붙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

그러나 동생의 출세를 기회로 호가호위하려는 잘못된 세태 속에서 그의 행동은 오히려 신선함마저 준다.

쓴 소리를 듣는 시장 입장에서라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 듯 싶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