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의 발명세상 <64> 머겐탈러의 자동 인쇄 주조기

신문의 대중화를 가능케 한 자동인쇄 주조기는 독일의 기술자인 오토마 머겐탈러에 의해 탄생되었다.

전 과정의 기계화로 인쇄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빠른 시간 안에 인쇄물이 완성되어 출판 인쇄업의 미래를 앞당긴 것이다.

머겐탈러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입맛을 다셨다. 벌써 여러 날 째, 그의 일과는 무료함의 연속이었다. 사실 가게에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고, 그저 싱겁기 짝이 없었다. 그는 이 알 수 없는 증상을 춘곤증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만 같았다.

머켄탈러가 한참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을 때, 기름때가 잔뜩 찌든 작업복을 입은 사나이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밀치며 들어왔다. 바로 길 건너편의 인쇄소에서 근무하는 챨리였다.

"제길, 못해먹겠어. 활자 조판은 아직도 멀었는데 날보고 어쩌란 말이야"

챨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을 지껄였다.

"어휴! 활자 조판하는 기계는 안 나온 다냐? 좀 알아봐라. 아주 죽을 지경이야."

머겐탈러는 한바탕 휘젓고 가는 챨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갑작스럽고 거친 방문에 놀란 탓도 있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왠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활자 조판을 하는 기계라. 만약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맞아. 매일 책상에 앉아 활자를 하나하나 심느라고 윌리엄의 허리는 굽어졌고 시력도 나빠졌지. 정말 활자 조판작업은 피곤하고 어려운 거야. 이 문제만 해결되면 인쇄도 몇 곱절이나 빨라질 텐데.'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활자의 세로, 가로의 폭과 선에 맞추어서 조판하고 주조할 수 있어야해.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수동식 작업보다 훨씬 속도가 빨라야지. 안 그러면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머겐탈러는 자기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두고, 연구에 매달렸다.

소년시절에 시계 기술을 배우고 공학공부를 했던 경험이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수호신처럼 그를 지키고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여기저기서 솟아 나왔다. 한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면 다른 문제점이 툭 튀어 나오고, 아니면 과로에 지쳐 몸져눕기도 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절대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또 도전하고 시도했다. 그 결과 1866년, 드디어 그는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겐탈러는 감격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타이프를 연상시키는 좌판과 길 다란 쇠막대들의 연결, 거대한 주조 틀과 수많은 집자기와 활자들, 드디어 머겐탈러의 거대한 자동 주식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시간당 500여개의 활자를 만들 수 있어, 종래의 수동식 집자보다 작업시간을 삼분의 일로 단축 시켰다. 또한 애당초 머겐탈러 자신이 의도했던 것처럼 행과 장을 완벽하게 맞추어 집자하고 주조하므로, 활자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었다.

이 기기의 발명으로 전 세계의 인쇄업은 일시에 술렁이기 시작했고, 곧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보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 내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문 한 장 정도는 볼 수 있을 정도로 인쇄물이 양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머겐탈러의 놀라운 의지력과 끈기가 이루어낸 결실인 것이다.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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