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충주고 교사
막내아들로 태어난 키에르케고르(이하 K)는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는 항상 그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였는데, 이는 K가 정신적으로 성숙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K에게 아버지는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비밀을 털어놓는다. K의 엄마는 세 번째 엄마였는데, 사실은 우리 집의 하녀였었고 아버지가 임신을 시켜서 결혼했다는 이야기와 아버지가 어렸을 때 목동을 하면서 너무 배가고파 하늘에 대고 신을 모독한 일이 있었다는 비밀. 충격에 휩싸인 K는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느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불행이 자신에게도 닥쳐서 언젠가는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방탕한 생활의 연속. 그렇게 몇 년을 헤매다가 일곱 살이 적은 운명의 여인 레기나 올젠을 만나 너무도 사랑하게 되고 계속되는 구애속에 약혼에 이르게 되지만 곧바로 K는 고민에 빠진다. 나같이 더러운 놈이 천사같은 올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결국 그는 일주일만에 파혼을 선언한다. 너무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 K는 수없이 괴로웠지만 그 열정을 집필에 쏟았고 모든 저작을 그녀에게 바쳤다. 10여년의 집필활동을 접고 한적한 시골생활을 하고 싶어 낙향하려고 하였으나 한 신문이 그를 비난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수없이 글로써 싸워나간다. 그러다 심신이 지친 그는 44세의 짧은 나이에 객사하였다. 그로부터 50년후 유럽에는 실존주의의 르네상스가 불어왔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K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의 뇌리속에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실존주의가 한 50년 전에 덴마크의 한 시골청년의 삶의 모습이 아닌가 하여 그의 저작물을 찾아보니 아! 바로 그가 실존주의의 선구자였던 것이다. K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신 앞에 내 던져진 존재이니 신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주체적 결단을 내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천재 소년 니체는 대학에 들어가자, 아 나도 이제 좀 남자답게 살아보자 하면서 프랑코니아라는 사교클럽에 가입하여 술도 먹고 담배도 피면서 나름의 타락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몇 년 간의 타락속에서 어느 날 헌책방에 들른 니체의 눈에 띤 운명의 책 한권이 있었으니 그것을 바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였다. 니체는 당장 그 책을 사들고 와일주일 동안 열 번도 더 읽었다. 이후 니체는 실존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현대철학의 화두는 실존주의이다. 신이나 이데올로기나 국가보다 민족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존이다. 그래서 니체는 외쳤다. '신은 죽었다'라고.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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