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국립광주박물관장

생명의 특징은 움직임이며 계속 바뀐다는 점에 있습니다. 살아 있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 또한 어제와 오늘, 내일이 같지 않습니다. 매 순간이 새롭고 다르니 결국 우리는 찰나에 존재합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분명한 진리이니, 인류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존재한 것도 온갖 시련들을 잘 이겨내 끝없이 변화를 통해 변모를 추구한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변화는 마치 발효와 부패의 차이처럼 개선 아닌 개악으로의 변질도 있습니다.

굼벵이가 매미가 되며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창공을 힘차게 날으니 이것이 환골탈태로 우리 모두는 이를 염원합니다. 올 10월은 2005년 서울 용산 10만 평 부지에 4만5천 평 신축 건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연 지 5주년이 됩니다. 그 이후 중앙에 이어 경주와 부여 등 삼국시대 왕도를 제외한 지역에 위치한 국립박물관들도 2008년부터 특화를 시도해 진주는 임진왜란, 김해는 가야문화, 전주는 조선 왕실문화 중심으로, 금년 7월 대구는 섬유공예를 포함해 새로운 탈바꿈의 가시화를 이루었습니다.

현재 문화관광부 소속 국립박물관의 숫자는 12곳입니다. 32년 전, 대한민국 정부수립 30주년인 1998년 섣달, 국립광주박물은 다섯 번째입니다. 대한제국에 이어 일제강점기 서울을 비롯해 고도(古都)에 개관한 박물관들은 1970년대 들어 새 건물을 지어 장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광주는 국립박물관이 없던 곳에 우리 손으로 처음 신축한 곳이기도 합니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후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년 여 전시관 전체 리노베이션을 거쳐, 드디어 오는 9월 3일 탈바꿈 해 새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호남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메카로 70여 차례의 특별전시와 100여 회의 학술조사를 수행하면서 박물관 고유의 기능을 묵묵히 수행해 왔습니다. 아울러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로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실상을 지역민과 공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 곳 문화시민들의 박물관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국립광주박물관의 전시관은 몇 차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아울러 곧 이어 나주에 태어날 국립박물관의 신설과 더불어 변모가 절실해졌습니다. 1977년부터 시작한 신안 앞바다 중국 원대무역선 수중발굴은 우리 박물관 탄생 배경에 한 요소가 되었기에 신안해저유물실을 별도로 운영했습니다.

1990년 국립전주박물관의 개관으로 전북을 제외한 광주·전남 중심의 문화기관으로 거듭났습니다. 목포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신설되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신안실 개관으로 신안해저유물실이 축소되었습니다. 반면에 고대문화실과 불교문화실이 신설되었습으며 아울러 2005년 교육관 신축으로 어린이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 국립광주박물관은 변화된 모습으로 지역민들께 다가서고자 합니다. 선사실, 고대실, 중·근세실 등 상설전시는 구석기시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이 지역의 문화를 통사적 흐름을 따라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전개하였습니다. 특히 농경문화실은 우리 전통문화의 근간인 농경문화의 시작과 전개·발전의 모습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전시자료의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근세문화의 경우, 지역민들의 기증으로 인해 한층 내용이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문향(文鄕) 예향(藝鄕) 의향(義鄕)인 광주·전남의 참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재 개관과 더불어 '바람을 부르는 새' 특별전을 엽니다.

무더위가 물러가고 결실의 계절이 다가올 때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 모습으로 단정한 박물관에서 뵙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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