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툭하면 도로가 생긴다. 그것도 생겼다하면 왕복 4차선은 기본이다. 있는 도로 제낀 채 새 도로 내고 선형 바로 잡는다며 또 다른 도로를 낸다. 4차선의 자동차 전용도로도 생겼다. 하천에 다리가 생기고 그 위에 한개 더 얹는다. 이것도 모자라 지하도를 만든다. 도로가 전 국토의 3%(2807㎢/2009년 기준)를 차지하지만 해마다 증가세다.

아파트도 곳곳에 들어선다. 요즘 지었다하면 40~50층 마천루다.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등 대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전국토의 3%지만 이 역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피스빌딩도 줄기차게 들어 선다 곳곳에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학(tower crane)들이 버티고 서있다. 산 곳곳도 벌거숭이가 되고 있다. 부수고 헐고 파고 깨고 뚫고 있다.

지구는 지자기(地磁氣)를 방출한다. 지자기는 땅속에 함유된 광물질을 통해 우리 몸으로 전달돼 인체를 건강하게 한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지구를 덮고 있다. 그러니 지자기가 발산될 수 없다. 개발은 나무를 베고 숲을 훼손하는 등 각종 식물파괴를 수반한다. 인간생명의 필수조건인 산소가 갈수록 양이 줄고 있다. 나무 한 그루가 하루 평균 4명이 마실 수 있는 산소를 생산한다.

나무는 또 온실가스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한다. 신갈나무의 경우 1ha에 이산화탄소 262t을 저장할 수 있다. 공기중 이산화탄소 감소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실마리다. 나무는 또 면역력 증대와 스트레스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방향성 물질 피톤치드를 생산한다. 나무가 줄어들면 이 피톤치드 감소는 불가피하다.

모든 개발이 자연환경 파괴로 이어지진 않는다. 개발은 동시에 나무을 심는 등 녹지공간을 마련하고 친환경적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그 것은 자연이 아니다. 한자 위(僞)를 들여다보자. 사람(人)이 하는 짓(爲)이 위(僞)다. '위'(僞)는 '거짓'이다. 그러니 개발 뒤 아무리 자연을 되살린다 해도 자연이라 할 수 없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구색 맞추기로 눈속임을 뜻하는 기만이다.

이제 지지(知止)하자. 그칠 줄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 장량이 지지를 알아 유방의 칼부림의 화를 면했고 노자도 지지불태(知止不殆: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라 했다.

언제 지구의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여러 곳에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도로도 그만 닦고, 아파트도 그만 짓고, 다리도 그만 놓고, 돌도 그만 캐고, 땅속도 그만 뚫자. 있는 것 사용하자. 조금 불편하겠지만 참자. 건설된 구조물들이 편함을 줄지 모르지만 그 편함이 본질적인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자연 그대로다.

요즘 슬로우 시티(slow city) 운동이 한창이다. 슬로우 시티는 3R(축소: reduction, 재활용: recycling, 재사용:reuse)의 생활화를 추구한다. 이처럼 느림의 미학, 슬로우 시티나 도로의 슬림화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청주시가 참으로 다행이다. 개발 일변도의 시책이 관리와 유지, 복지로 바뀌었다. 한범덕 시장의 민선 5기 52개 시책 가운데 단 한 개만이 환경을 파괴하는 도로건설이다. 그것도 불가피한 연계사업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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