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수희씨'

당신도 청주하면 직지가 바로 떠오르는가요?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직지입니다. 버스 정류장에도, 길바닥에도 직지가 영어로, 한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구텐베르크 인쇄술을 더 쳐준다지만, 구텐베르크보다 앞서서 만들어진 세계최고의 금속활자가 이곳 청주에서 발견되었고, 청주의 상징입니다. 직지를 갖다 붙인 행사도 많습니다. 직지 축제, 직지찾기 사이클대회 등등… 직지랑 별로 상관없는 듯도 하지만, 직지가 청주의 대표상징인 만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지난 9월2일 지역신문들마다 직지보다 13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가 발견됐다는 기사를 싣고, 직지의 위상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 12점을 발표했습니다. 학계에서는 검증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청주시에서는 나름 긴장(?)했나 봅니다.

보도에 따르면, 청주시에서는 "직지 가치에는 변함없다"라는 입장을 서둘러 발표합니다. 신문들도 "직지보다 더 오래된 금속 활자가 발견됐다"라고 보도하다가 이튿날 바로 " 직지 위상 흔들림없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우려, 흥분에 비하면 빨리 식어버린 듯합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더 이상 증도가자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중부매일 3일자 1면 이철희 전 고인쇄박물관장의 '지역과 직지를 뛰어넘자'는 기고 글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데 너무 목매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제껏 세계 최고다!라는 가치만 주장해왔던 직지와 관련한 모든 담론들에 한방 먹이는 기본적인 주장입니다.

저도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직지 관련 상품을 갖고 가 선물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모두들 놀라워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에 얽매이다보니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청주시민들에게 직지의 도시라는 자부심도 행정기관의 구호로만 여겨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제 지역언론도 직지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여태껏 숱하게 해왔다구요? 시민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직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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