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억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관리과장

얼마 전 재미있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해답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연구팀이 수퍼컴퓨터를 통해 계란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계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성분이 '오보클레디딘-17(OC-17)'이라는 물질인데 이것이 닭의 난소에서 발견된 성분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닭의 난소에서 발견된 이 성분이 있어야만 계란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것으로 '닭이 먼저'라는 사실을 증명되었다고 주장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둔 주장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주장도 뭔가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럼 그 닭은 또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우리는 주변에서 이 같은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토닥토닥 싸우는 아이들에게도 누가 먼저 잘못했냐고 물으면 서로 '쟤가 먼저 잘 못 했어요.' '쟤가 그래서 나도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노사갈등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은 '봉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만 시킨다.'고 말하고, 사용자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봉급만 달란다'고 불평을 한다. 이 같은 논쟁은 대부분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안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계속되는 단속에도 끊이지 않는 과적차량의 문제도 그렇다.

차주(車主)들은 '법대로 하면 화주들이 일을 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화주(貨主)들은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가 운송비를 더 받으려고 규정보다 짐을 많이 싣는다.'고 말한다. 이는 운송비를 줄여 보려는 화주와 돈을 더 받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더 싣고 보자는 차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양쪽 말을 들어보면 뭐가 잘못인지 헛갈린다.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즉 '닭과 계란 중 뭐가 먼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닭은 삼계탕으로 달걀은 우리가 좋아하는 계란말이의 재료라는 점이다. 즉 왜 과적을 했느냐가 아니라 과적행위는 도로를 파손시키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한 위법행위이고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도로법에서는 축하중 10톤, 총중량 40톤, 길이 16.7m, 높이 4.2m, 폭 2.5m를 초과하는 경우를 운행제한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제 오는 9월 23일부터는 개정된 도로법이 시행된다.

종전까지는 과적차량을 운행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았지만 개정된 법에서는 그 횟수에 따라 5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과적을 요구한 화주나 적재량 측정불응, 재측정 거부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축조작 행위 등은 종전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에 개정된 도로법은 과적차량에 대한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여 위반정도에 따른 처벌의 합리성을 높이고 경미한 위반으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개정되었다.

차주가 화주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혈관처럼 중요한 도로를 유지·관리해야 하는 도로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어쩔 수 없다.

이제 '왜 과적을 하는가?'를 놓고 '닭과 계란'처럼 문제를 따지기보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서로 이해하고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까마득히 짐을 싣고 단속을 피해가며 위험하게 질주하는 과적차량이 우리 도로에서 사라지게 되고, 모두 함께 즐거운 드라이브를 즐기는 그런 날이 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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