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명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24절기 중 하나인 입추(立秋)로부터 시작되는 농촌의 가을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뒤 추수를 기다리며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시기이다.

또 우리의 4대 명절(설날, 한식, 단오, 추석) 중 하나인 추석(秋夕)이 속해 있는 시절이기도 하다. 이때는 농사일을 멈추고 여름내 땀 흘려 가꾼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한가위 명절이다.

한가위를 추석(秋夕)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말은 중국의 한자에서 온 말이다. 한가위가 순수한 우리말이다.

우리의 고유명절인 한가위의 유래는 신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왕이 나라를 6부로 나누어 왕의 딸인 공주 두 사람이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하여 음력 7월 보름 다음날부터 매일 길쌈(옷감 짜는 일)을 하도록 하였다.

한 달 뒤인 8월 보름날에 그동안 짠 길쌈의 양이 적은 쪽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 이 때 부른 노래가 슬프고 아름다워 회소곡(會蘇曲)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이때의 행사를 가배라 부른 것은 춤과 노래의 유희(遊戱)라는 의미 이외에 '가운데'라는 의미로도 전해 오고 있다.

즉 음력 8월 보름은 대표적인 우리의 만월 명절이므로 이것을 뜻한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한가위는 '한'이라는 '크다'라는 뜻과 '가위'라는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을 가진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한가위에는 여러 가지 풍속이 전해오고 있다. 새 옷을 장만하여 입고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햇과일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추수에 대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차례와 성묘를 드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 날만은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 되었다 한다.

또한 한가위에는 여러가지 행사와 놀이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 소싸움, 길쌈, 강강술래, 달맞이, 농악 등 민속놀이가 마을단위로 행해 졌다.

이렇듯 한가위는 농경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우리 최대의 명절이었다.

그러나 요즘 한가위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한가위 연휴 기간에 외국여행을 즐기는 가족도 점차 늘어나 항공사는 성수기를 맞고 있다 한다. 해외 여행지 호텔에 상을 차려 놓고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농사의 풍요로운 결실을 기다리는 한가위다. 비록 이제는 아쉽게도 사라져가고 있는 속절(俗節)이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고향으로의 여행은 어떨까?

우리의 고향, 우리의 농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전통풍속들이 후대에 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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