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세 부여소방서장

"소방차 80여대 잘 관리하셔서 안전한 역사도시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며칠 전 참석했던 롯데부여리조트 개관식에서 필자가 리조트 관리책임자에게 축하한다는 인사말 대신에 건낸 부탁이다. 소방차 80여대는 롯데부여리조트 건물에 설치한 소방시설인 '옥내소화전'으로 이는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리조트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런 옥내소화전이 건물 내에 80여대가 설치돼 있고 리조트 직원들이 소방훈련만 잘 돼있다면 투숙객들의 안전이 확보되는 셈이니 이를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어쩌면 소방서장으로서 당연한 인사인지도 모른다.

오는 17일 백제문화단지에서 개막되는 2010세계대백제전에는 외국인 20만명을 포함해 260여만명이 부여를 찾을 것으로 예상돼 각종 재난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형화재는 화재발생 초기 5분의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발생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도시는 건물의 고층화와 밀집화, 늘어난 차량으로 소방차의 출동을 어렵게 하고 있어 모든 영업장에서는 소방차 출동전에 자체적으로 화재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특히 각 영업장별로 조직된 자위소방대는 화재진압반, 대피유도반 등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하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자위소방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연히 소방차가 출동해 진압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화재발생 초기 단계에 각 영업장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간다면 화재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의 한 모퉁이에 불털이개, 불갈퀴, 방화삽, 방화수 등 각종 화재진압장비를 비치해놓고 그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소방훈련을 했다.

당시는 열악한 소방기구였지만 그를 이용해 일사분란하고 체계화된 훈련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돈을 투자해 최첨단의 소방시설을 갖추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용방법조차 제대로 몰라 소방시설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피해를 키우는 후진국형 재난을 많이 보아왔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192명의 생명과 516억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혀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슬픔을 남겨준 대구지하철참사는 화재당시 객사에 있던 승객이 비치돼 있던 소화기 4대만 즉각 사용했더라면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대구지하철 참사는 소방의식의 부재와 자위소방체제 확립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현대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재난인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손님을 맞이함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는 다정하고 친절한 민족이었다.

2010세계대백제전이 우리지역에서 열린다는 것은 군민 모두에게 가슴 뿌듯한 일이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격조 높은 예술의 혼을 꽃피운 백제문화에 걸맞도록 아름다운 백제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이 꼬리를 물게 해 부여의 관광 부가가치를 높여야한다.

이제 우리는 재난이 누구의 잘잘못인지 가리는 지적(指摘)에서 벗어나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안전의식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하여 지적(指摘)해 보아야 한다.

내 스스로를 재난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자위소방체제가 확립될 때 비로소 안전의식이 투철한 지적(知的)인 국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