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현 한류연구소장·前 한양대 연구교수

오는 11월, 서울에서 G20이 개최되어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는 선진경제 20개국의 정상들이 모여 세계 경제를 논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G20 개최국이 되면서 함께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게 된 것이 있다. G20 정상회의 건배주의 유력한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된 막걸리가 바로 그것. 얼마 전부터 정부의 폭발적인 지원에 힘입어 막걸리는 촌스럽고 맛을 유지하기 힘든 술이라는 인식을 깨고, 고급스러운 맛과 다양한 유통 과정을 개발해 대한민국의 대표 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기획재정부·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공동으로 우리 술의 품질고급화, 전통주의 복원, 대표브랜드 육성을 통한 세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전통주 시장점유율을 4.5%에서 10%로 높이고, 우리 술 수출도 2억30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며 막걸리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국가 브랜드 위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식(30%), 한복(28%), 한글(16%)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비율로만 따지면 근래 특히 주목받고 있는 한식에 비해 한복의 영향력도 뒤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 상황을 보면 한식 위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복의 아름다움과 복을 부르고 액운을 쫓는다는 한복 고유의 뜻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각종 행사나 대소사에 한복을 갖추어 입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뒷받침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빠르고 확실한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TV 등 문화 매체에서는 사극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프로그램에서도 한복을 자주 노출하여 한복이 까다롭고 어려운 옷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국가 공식 행사에서 장·차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한복을 갖춰 입는 것도 획기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 회담 때,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국가 인사들이 색색의 두루마기를 곱게 갖춰 입고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한복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여러 차례 표시할 정도로 한복과 친숙한 대통령이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복원 기념식에서도 한복을 입었고, 당선 전 대선 투표 때 부인 이윤옥 여사가 옥빛 한복을 입고 나와 나란히 투표장을 방문했었다. 취임식 때에는 한복을 입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피력했으나 실용성과 국제관계를 고려해 양복으로 결정한 후 '앞으로 재임기간 동안 한복을 많이 입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민생 탐방의 자리에서 '장차관들이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 고 언급하며 한복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드러냈고, 이명박 대통령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후 3.1절 경축일 브리핑 때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한복을 입고 현안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복으로 인해 승격된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세계인들에게 긍정적인 감성 가치를 형성해 한국 문화의 고부가가치를 선도할 것이다.

정부는 국제회의나 국가 주관의 패션쇼 등과 같은 단기적 지원을 비롯하여 장기적으로는 한복과 관련하여 세제 혜택과 같은 문화지원을 통해 한복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서 국내외로 국가브랜드를 재고할 기회가 왔다. 한복은 물론이고 한식과 한옥 등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골고루 세계에 알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