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국 충주대 교수

한가위가 코앞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 먹을 것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다. 올 여름은 내내 비바람으로 보낸 것 같다. 거듭 몰려온 태풍은 우리를 힘들게 했고 일사량이 적어서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을 어렵게 했다. 과일의 당도를 떨어뜨려 맛을 잃게 하고 채소 값을 올려 삼겹살집 주인을 야박하게 만들기도 한 여름이 지금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간다.

명절이면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 했던 가족 친지들이 고향으로 모이고 조상을 생각하고 돌아보며 사과가 익어가는 계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좋은 계절에도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쌀이 남아돌아 보관할 창고가 없음을 걱정하는 처지임에도 우리주변에 밥을 굶을 수도 있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이 250만 명이나 있다. 일할 수 없는 사람들, 절대 노동력이 없는 노인과 어린 청소년 가장들은 이 사회가 보호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우리의 이웃이다. 선진 사회라면 이들이 배고픔을 두려워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요즘 어디서나 듣게 되는 공정한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자립 능력이 없는 절대 빈곤 속에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 노력해서 떳떳한 생활을 영위하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세상은 아니리라. 시행되고 있는 우리의 복지제도가 그들을 돕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실제로는 가족으로 등재되어 있는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자식의 부양을 받지 못 하는 데도 방치되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이제는 국가가 이들을 돌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위상은 OECD 국가 중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보건·복지 분야 공무원 수는 OECD 평균의 수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에서 부러운 것이 복지제도다. 어린이 보호시설과 노인들에 대한 양로체계가 그들 나라에서 살고 싶도록 만드는 사회제도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보건·복지 분야의 공무원과 질서확립을 위한 경찰공무원의 수는 지금보다 더욱 늘려야 한다.

힘없는 어린이나 노약자, 여자들이 밤거리를 걷는 것이 두려운 사회라면 치안이 확보되고 질서가 바로선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여성의 타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1.5명으로 OECD 평균 1명보다 훨씬 높다. 이는 우리 사회의 힘없는 노약자에 대한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의미한다. 선진사회를 이루는 데 기초질서 확립은 필수 조건이다. 질서가 유지되고 질서위반에 대한 처벌에 신분의 고하가 없다면 바른 사회다.

일국의 수상도 교통법규위반 스티커를 발부받고 법을 수호하는 것에 예외가 없음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우리 사회도 점점 그렇게 변모해 가는 것 같기는 하다.

질서유지의 최일선에 있는 경찰이 존중되고 그들의 법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경찰서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리고 단속하는 경찰을 치고 달아나는 일이 다반사로 반복되고 심지어는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현상이 방치되는 나라여서는 안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은 경찰의 권위가 존중되고 경찰이 신뢰받는 나라다. 경찰공무원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여 경찰의 권위가 질서유지에 한 몫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번 추석명절은 길다. 긴 명절 내내 질서유지를 위해서 희생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성실한 역할이 선진사회를 이루는 토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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