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수 환경부 환경정책실장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간단해 보이는 경제학의 이 고전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러나 의외로 간단하지 않다. 이윤극대화가설이 가장 유력한 대답으로 꼽히는 가운데 장기이윤극대화가설, 만족이윤극대화가설, 매출액극대화가설 등이 정답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우리사회에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지금까지의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이들은 '경제적 가치' 보다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이들도 '기업'인만큼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창출하여야 하지만 이들에게 '이윤'은 '사회적 목적'에 비해 부차적인 것이다.

비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제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뭔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들은 선한기업이라 불린다.

요즘같이 고용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기업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일자리 이상의 의미 즉, 실질적 복지서비스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기업에 고용되거나 서비스를 제공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회적안전망과 같은 의미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람된 일을 찾는 사람에게도 좋은 대안이다. 은퇴이후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하는 군인, 공무원, 교사 및 퇴직자는 직장생활 동안에 습득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손쉽게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다.

환경분야에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많이 있다. 컴퓨터, 헌옷, 폐가전제품 등 생활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을 수거, 선별, 판매하는 사업은 현재 사회적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분야이다.

최근에는 자연체험, 생태관광, 환경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 이 분야도 사회적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녹색구매, 하천·자연보전활동 등 이윤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시 되는 분야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활동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이윤창출 부담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공공기관, 관련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창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안산시가 사무실 부지를 제공하고 안산시녹색소비자연대가 운영하는 '안산친환경상품지원센터', 대구시가 제공한 하천변에서 묘목을 길러 판매하는 '신천에스파스사업단' 등은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모델을 만들어 낸 사례들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시행함으로써 사회적기업을 제도적 틀 내에서 육성·지원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도 319개의 사회적기업이 등장하였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인건비 지원 및 세제혜택 등 유무형의 지원이 제공된다. 시장이라는 냉혹한 현실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초기단계에서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들도 사회적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자율적으로 사회적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5만 5천여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며, 총 고용의 5%를 흡수하고, GDP의 10%를 담당하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과 같이 사회적기업이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한 축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단계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핵심은 사람이다. 선한의지와 창의적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기업가로서 성공사례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우리사회는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