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교육평론가

다시 체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에는 학부모들이 체벌교사를 처벌해 달라고 했다면 이번의 경우는 교사들이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전절후(曠前絶後)한 경우다. 내용인 즉, 교장이 교사들을 체벌했기 때문이다. 체벌이 어디까지 진화될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체벌의 유형도 사회적 변화와 함께 변천을 거듭한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의 체벌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교육사(敎育史)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칭하여 한병선이 본 시대별 체벌의 변천사, 혹은 체벌 진화사다.

첫째, '초달(楚撻)체벌' 시대다.

초달을 사용한 체벌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체벌이다. 초달은 회초리를 일컫는다. 서당에서 훈장이 학동들을 회초리로 체벌했던 전통적인 유형이다. 이 체벌은 체벌불가론에 대한 대응논리로 자주 거론된다. 초달을 근거로 우리교육은 체벌교육의 전통을 갖고 있다는 강변이다.

둘째, '죽도(竹刀)체벌' 시대다.

일제시대 훈도(訓導)들의 체벌유형이다. 이들은 강점기 시절 착용했던 죽도나 목검(木劒)으로 학생들을 내리쳤다. 초달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지닌 체벌이다. 충성스런 식민지 신민을 만들기 위한 권위적인 체벌이었다.

셋째, '군화(軍靴)체벌' 시대다.

70년대 교련시대의 체벌이다. 군화를 신은 교련교사는 여지없이 학생들의 정강이를 군화발로 걷어찼다. 일명 '조인트 까기'였다.

특히 열병과 분열연습을 하던 교련시간에 이 체벌이 심했다. '시범케이스'란 죄목으로 연신 군화 발길질을 했으니, 정강이뼈가 곱사등처럼 부어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뿐인가. 여기에 세트 메뉴처럼 따라 나오는 선착순 기합도 있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물문, 단체기합이란 이름으로 운동장을 수없이 돌게 했다. 이 체벌은 체력이 약한 학생일수록 한 없이 돌아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것은 체력의 강약에 의해 결정되었다. 체력이 좋은 경우 한바퀴로 끝날 수 있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책 없이 돌아야 했다.

넷째, '몽둥이체벌' 시대다.

80~90년대 체벌은 몽둥이 체벌과 뺨때리기였다. 물론 60~70년대에도 존재했던 체벌이다. 다만 교련과목이 서서히 사라짐에 따라 당시 병존하고 있던 몽둥이 체벌이 남게 된 것이다. 9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다섯째, '체벌다양화' 시대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체벌은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체벌은 비교육적이란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이를 피해갈 수 있는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치마 벗기기 체벌이 있다. 영어교사가 여학생들의 치마를 벗기고 무릎을 꿇게 만든 체벌이다. 알몸에 물을 부은 체벌도 있다. 유치원 교사가 어린 학생을 한겨울에 알몸을 만들고 찬물을 부었다. 옷을 벗겼다는 점에서는 치마 벗기기 체벌과 공통점이 있다. 집단가학(集團加虐)형 체벌도 나타났다. 교사가 자신을 대신하여 한 학생을 집단적으로 체벌하게 한 경우다. 이 경우는 체벌을 넘어 학생들을 집단 폭행범으로 만든 사례다.

교장이 교사를 체벌한 특이한 경우도 있다. 글 전개에서 밝혔듯이, 학생들의 용의복장 지도문제로 교장이 담임교사들을 체벌한 사례다.

이쯤 되면 교장은 교사들을 '위핑 보이(whipping boy)'로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학생들을 대신해 교사가 체벌을 당했다는 점에서다. 참고로 위핑 보이는 과거 유럽사회에서 귀족의 자제가 잘못했을 때 대신 매를 맞는 아이다. 체벌 다양화 시대는 그 의미만큼이나 다양한 체벌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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