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위 단재문화예술제전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오래전부터 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단재 신채호선생의 묘소에서는 매년 작은 기념행사를 해 왔었다.

엄동 칼바람속에서 단재선생의 서거일인 2월 21일과 한해의 눈보라가 시작되는 12월 8일 탄생일. 그 집회는 늘 외로웠고 추웠으며 때로 매서운 사찰의 대상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

해방이후 일제치하의 지주와 경찰간부들을 끌어안고 출발한 이승만 정권과 폭력을 앞세운 무도한 전두환 노태우정권을 거쳐오는 동안 몸 바쳐 독립을 위해 싸우던 우국지사들은 그늘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와야 했다.

집권자들이 단재를 미워하고 무시해 온 것은 그들의 부도덕과 빈약한 역사의식에서 나온 부끄러움과 무지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귀래리 기념행사에 참여해왔는데 역대 충북도지사나 의원들의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런 사단이 생기는 것이다.

선생의 묘소에 또 일이 생겼다. 수년전엔 왕릉처럼 봉분을 키우느라 덧씌운 흙이 흘러내리자 지하 수맥때문이라면서 당국은 무얼하느냐는 시위로 중장비를 들여 선생의 묘소를 파묘이전하는 사건이 생겼다.

이는 자부인 이덕남 여사가 한 일이다. 문제가 커지자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선생관련 성역화사업은 군과 유족 관련단체 사학자등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한 후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었다.

청원군은 이러한 약속을 어기고(무시하고) 동상을 비롯한 묘소 정비사업을 비밀리(?)에 신속하게 추진했다.

지난 추석명절 직전 "동상은 다 만들어 세워놓았으니 배경에 쓸 문안을 정해달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청원군의 일방적 어긋나기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아마도 청원군은 자부인 이덕남 여사에게만 알리고 서둘러 일을 추진한 듯 싶다.

이에 단재예술제전 추진위원회의 위원 몇분이 가슴을 치며 현지를 돌아보았다. 동상은 문의문화재단지의 단재동상을 베낀 듯하고 설명문은 부족하며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서슬퍼런 단재의 결기를 나타내어야 마땅할 동상이 온화한 서생의 모습으로 세워져있으니 그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이것은 협의후 시행했다면 당연히 걸러지고 고쳐졌을 일이었다. 더더욱 잘못된 일은 묘소앞의 석물들이었다.

어느 묘소에 세워졌었던 석주와 장명등 문인석등은 선생을 모욕하고자 세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어찌하여 어디에다 감히 문인석을 세운단 말인가? 그가 왕조의 신하였던가? 게다가 주워다가 세운 일은 창피하여 얼굴을 들지못할 일이 아닌가?

나는 묻고싶다. 선생에게 이렇게 무례해도 되는가? 단재의 피로 쓴 조선혁명선언문을 읽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대답을 들을 것 없이 스스로 이에 답한다. 모르면 제발 물어보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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